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취소된 세계이동통신박람회 MWC의 참가비를 700만원 이상 낸 기업들에게는 전액 환불해 주지 않기로 결정해 반발을 사고 있다.
2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GSMA는 지난달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기로 했다가 코로나19 때문에 취소한 MWC의 참가비 및 입장료 환불 정책을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GSMA의 환불 정책은 3가지다. 우선 일반인들의 전시회 입장료는 모두 환불한다.
문제는 기업들의 참가비다. 기업들의 참가비는 환불과 예치금(크레딧) 지급 등 두 가지로 나뉜다.
기업들은 전시 공간 규모에 따라 각기 다른 참가비를 낸다. 참가비는 1부스(9㎡)당 5,000파운드(약 728만원)다. 1부스는 책상 하나 놓고 상담할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다.
GSMA는 5,000파운드까지만 전액 환불하고 그 이상은 최대 15만파운드(약 2억1,900만원)를 상한선으로 정해놓고 참가비의 50%까지만 돌려주기로 했다. 따라서 기업들은 참가비를 수십 억원 냈어도 2억1,900만원 이상 돌려받지 못한다.
업계에 따르면 대규모 전시공간을 마련하는 중국 화웨이, 삼성전자, SK텔레콤 등은 수십 억원의 참가비를 낸다. 화웨이는 100억원 이상, 삼성전자는 최소 50억원, SK텔레콤은 10억원의 참가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GSMA는 소액 환불에 대한 기업들의 반발을 의식해 환불 대신 크레딧 지급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크레딧이란 참가비를 돌려 받는 대신 참가비의 125%에 해당하는 금액을 3년에 걸쳐 나눠서 할인 받는 것이다.
기업들은 크레딧 또한 노예 계약처럼 3년에 걸쳐 MWC 이탈을 막는 꼼수로 보고 있다. 모 대기업 관계자는 “MWC 참가 효과가 약하다고 봐서 코로나19로 올해 행사가 취소된 뒤 내년 MWC 불참까지 얘기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전액 환불 받지 못하고 대신 크레딧을 주면 내년 불참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업들은 전액 환불을 받지 못하는 만큼 크레딧을 받아 내년 MWC에 참가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모 대기업 관계자는 “크레딧을 받지 않고 참가비를 손실처리하면 내부 감사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결국 코로나를 빙자한 GSMA 갑질에 기업들만 당하는 셈”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기업들은 MWC 기간 예약한 바르셀로나 호텔 예약비도 돌려받지 못했다. 또 부대 행사 비용 등 돌려받지 못한 각종 경비를 포함하면 기업들의 MWC 비용 손실이 꽤 늘어난다. 모 업체 관계자는 “평소 1박에 10만원하던 바르셀로나 호텔 숙박비가 MWC 기간에 60만원으로 치솟는다”며 “많은 기업들이 각종 경비를 손실 처리하게 됐는데 참가비 마저 사실상 환불 받지 못해 어려움이 크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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