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마니아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클럽 챔피언십에서 열여덟 번 우승했다”고 자랑하곤 했다. 사실일까. 유명 스포츠 기자인 저자에 따르면 열여섯 번은 거짓말이고 두 번은 불확실하다. 기껏해야 60세 이상의 회원만 참가하는 시니어 클럽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거나, 골프장 개장에 맞춰 측근들과 나선 라운딩에서 이긴 것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골프에 대한 트럼프의 거짓말은 어찌나 많은지 저자는 “트럼프의 코는 피노키오처럼 길어져서 코로 퍼팅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까지 한다.
커맨더 인 치트
릭 라일리 지음ㆍ김양희 옮김
생각의힘 발행ㆍ360쪽ㆍ1만8,000원
카더라, 수준의 책이 아니다. 기자인 저자는 트럼프와 직접 골프를 친 적이 있을 뿐 아니라, 트럼프의 ‘골프 사기 행각’을 옆에서 지켜본 100여명의 사람들을 찾아가 증언을 들었다. 그의 취재에 따르면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재학 시절 드나들었던 퍼블릭 골프장 ‘크리크’에서 도박꾼들, 사기꾼들에게 골프를 배웠다.
그래서인지 트럼프가 골프를 치는 방식은 상상을 초월한다. 러프에 있는 공을 발로 차서 페어웨이로 보내는가 하면 다른 사람의 공을 훔쳐 치기도 하며, 골프 코스의 경사면을 조작해 핸디캡 수치를 낮아지도록 한다. 남들이 지켜보건 말건 상관없다. 저자가 만난 한 고위인사는 이렇게 말한다. “트럼프가 지금 대통령으로서 나라에 하는 모든 일은 이미 골프 칠 때 우리에게 했던 짓이다.” 생생한 증언, 통렬한 유머 덕에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책이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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