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관광 수입 포기
태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국인들의 입국을 전격 금지했다. 다만 자국에 거주 중인 외국인들의 출국을 막거나 통행 금지 조치는 내리지 않아 우리 교민 2만여명의 불편도 한결 덜할 전망이다.
26일 주태국 한국대사관과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이날 자정부터 외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내용의 16개 비상 조치를 발표했다. 태국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관광 수입을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결정으로 그만큼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는 의미다. 태국은 현재까지 934명의 확진 환자가 나왔고, 이 중 4명이 사망했다. 입국금지는 일단 비상사태 기간인 내달 30일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간 태국에 들어오려면 총리의 별도 허가를 받거나 태국 취업허가증 등을 소지해야 한다. 또 외교관과 필수 물자 수송 담당자 등은 예외 입국이 허용되며, 해외에 거주하는 태국인은 각국 대사관을 통해 건강증명서 공증을 받은 뒤 입국할 수 있다. 관광 목적 입국은 전면 불허된다.
자국 내 외국인 대책은 유연하게 운영된다. 태국 정부는 비상사태 기간 외국인 체류자들의 비자가 만료될 경우 보고서 작성을 요구했다. 비자 종류에 따라 최소 30일 이상 예상 동선 등을 작성해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제출하고 이후 이민국을 찾아 최종 확인을 받는 방식이다. 앞서 예고 없이 “외국인들은 72시간 안에 루손섬을 떠나라”고 발표했다 거센 역풍을 맞은 필리핀 사례를 거울 삼아 최소 안전 장치만 마련한 것이다.
태국 정부는 전국 통행금지 조치도 코로나19 확산 정도를 지켜본 뒤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한국 교민 입장에서 귀국을 결정할 경우 공항 이동까지 별다른 걸림돌은 없다는 얘기다.
이 밖에 이날 자국민을 상대로 한 해외여행 자제와 노약자ㆍ아동의 이동제한 조치도 발동됐다. 코로나19 확산의 온상으로 알려진 무에타이 경기장과 마사지 업체 등 다중시설 역시 폐쇄했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비상조치 세부 내용은 앞으로 더 조정될 것”이라며 “아직까지 우리 교민 등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 태도는 보이지 않아 현지 정부의 대책을 봐가며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태국 항공편은 매일 2회 운항 중인 방콕-인천을 운항하는 대한항공 직항이 유일하다. 대한항공은 29일부터 운행 횟수를 하루 1회로 줄일 예정이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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