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독일 최대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이 유럽 내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한 19일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위치한 폭스바겐 공장에서 근무를 마친 직원들이 나오고 있다. 볼프스부르크=로이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실업 공포가 커지자 이를 막기 위한 주요국들의 돈 풀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접근법엔 적잖은 차이가 있다. 유럽은 정리해고 방지와 고용 유지에 방점을 두는 데 비해 미국은 실직자 지원을 강화한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 및 시장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역사적ㆍ사회적 차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실업수당을 확대한 미국과 달리 유럽 국가들은 처음부터 해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면 정부에서 단축 근무자와 휴직자의 임금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실업률 급등을 막는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기업과 노동자의 충격을 완화하고 기업은 상황이 호전됐을 때 곧장 운영을 정상화할 수 있게 된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최근 유럽 주요국은 이 같은 정리해고 방지책을 담은 경기부양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독일에선 기업이 직원 10% 이상을 단축 근무시킬 경우 사회보험으로 급여를 보전키로 했다. 프랑스와 영국은 일시적으로 직장을 잃은 근로자들에게 각각 임금의 84%, 80%를 지원하면서 재고용 의무 단서를 달았다. 스페인도 휴업수당의 70%를 정부가 지급하는 대신 일시 휴업기간이 지나면 최소 6개월간 직원을 해고할 수 없도록 했다.

반면 미국은 금액을 한층 높인 실업수당을 최대 4개월간 제공하는 내용을 경기부양 패키지법에 담았다. 유럽과 달리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은 다음에야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노동시장 유연성이 높은 미국에선 이미 실업대란이 현실화했다. 이날 미 노동부는 3월 셋째 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사상 최대치인 330만명에 육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불과 2주 전(21만1,000명)보다 무려 15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고, 역대 최고치인 1982년 2차 오일쇼크 때(69만5,000건)와 비교해도 4.7배나 많은 수치다.

주목되는 건 미국에서도 유럽식 정책으로 선회해 실업률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나오는 점이다. 이번 경기부양책에선 연방은행이 500인 이하 기업체에 1,000만달러까지 융자해주면서 인건비로 사용할 경우 변제 의무를 면제키로 한 게 단적인 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줄곧 “소규모 사업장이 고용과 운영을 유지하는 편이 나라와 국민 모두에 이익”이라고 주장해온 바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거시경제적 측면에서도 휴직자의 수입과 재취업을 보장하는 유럽식 정책이 내수를 보호해 경제 회복의 발판을 제공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WSJ은 “유럽식 고용유지 프로그램은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기 때문에 재정 적자 폭이 큰 국가는 감당하기 어렵고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공공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과 자영업자는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점 역시 한계로 지목됐다. 영국 정부에 정책 자문을 제공하는 싱크탱크 ‘레졸루션 파운데이션’의 토르스텐 벨 사무총장은 “유럽식 처방에도 단점이 많지만 현재로선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최우선 정책과제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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