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쟁점 ‘강요’ 입증 어렵고 총선 전 수사 불가능
결정은 파견자 당사자 몫.. 여당도 강요논란 일축
해당 조항으로 기소된 사례 전무… 처벌 어려울 듯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파견’ 논란 속에, 나란히 정당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거대 양당 대표가 실제 처벌까지 받게 될까. 법조계에선 해당 혐의의 핵심 쟁점인 각 당 대표의 ‘강요’ 부분 입증이 매우 까다로워 사법처리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다만 형사처벌 대상은 아닐 수 있어도, 정치 도의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정당의 정치 퇴행적 의사결정이라는 게 중론이다.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는 24일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을 정당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민주당이 지난 19일 당 비례대표 후보들에게 “탈당계를 내고 민주당이 참여하는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입당서를 제출하라”는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한 언론 보도를 토대로 여당 지도부를 문제 삼았다. ‘누구든지 본인의 자유의사에 의하는 승낙 없이 정당 가입 또는 탈당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정당법(제42조 1항)을 어겼다는 취지다. 같은 법 제54조는 정당 가입ㆍ탈퇴를 강요하는 경우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200만원에 처한다고 명시한다.
이는 민주당이 지난달 불출마를 선언한 소속 의원들의 미래한국당 이적을 권한 황교안 통합당 대표를 정당법 제42조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한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논리다.
이 고발 사건의 쟁점은 거대 양당 지도부가 정당법 제42조가 금지하는 ‘입당과 탈당 과정에서 강요 행위’를 했는지 여부다. 재경지검 소속 한 부장검사는 “형법상 강요죄에 준하게 ‘강요’를 해석한다면, 정당 지도부가 협박 등으로 당사자 의사에 반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강압적 행위가 입증돼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당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강요라고 입증할 물증 확보가 매우 까다롭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민주당의 경우를 보면, 민주당과 한 몸인 위성정당에 들어가 국회 입성을 노리는 비례 후보들이 강요를 받았다고 주장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탈당ㆍ입당원서 등도 결국 비례 후보들이 직접 작성하는 것이라 본인 의사에 반하는 강요를 당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민주당의 윤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절차 안내를 했을 뿐”이며 강요 논란을 일축했다.
민주당에서 더불어시민당으로 파견 보낼 현역 비례 의원을 의원직 유지를 위해 형식적으로 제명하는 행태도 총선판에서 의석 수 확대를 위한 ‘꼼수’일 뿐, 이를 형사 사건으로 보아 강요 관련 혐의가 개입될 여지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재경지법 한 부장판사는 “현역 의원이 지도부 강요에 못 이겨 위성 정당에 갔다고 인정하면 그 자체로 헌법기관(국회의원)을 허수아비로 치부하는 것”이라며 “금태섭 민주당 의원처럼 소신대로 위성정당 파견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의 ‘현역 의원 꿔주기’는 시민단체의 고발장에도 없는 대목이어서 검찰 수사 대상도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한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의 미래한국당 이적을 강요했다며 민주당이 고발한 건도 강요 입증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당 차원의 강요가 인정돼 정당법 42조 1항 위반으로 기소된 전례가 아직까지 단 한 건도 없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선을 앞두고 이런저런 정치 공세형 고발이 있지만 결국 잘못 설계된 선거법에 맞춰 이기려는 정치 세력과 이를 유권자가 어떻게 보느냐는 정치 영역의 문제이지 검찰이 관여할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총선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검찰이 양당 대표를 소환하는 등 당장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검찰 관계자 역시 “당장 수사하지 않을 수 없는 명백한 위법 대목이 드러난다면 모를까, 선거 정국에 검찰이 굳이 끼는 모양새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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