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없이 본 경우 처벌조항無, 텔레그램 협조 없인 증거확보 난항
‘사법처리 전제’ 신상 공개도 어려워… “법 개정해야” 목소리
법무부와 경찰이 텔레그램 ‘n번방’을 이용한 회원까지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디지털 성범죄를 엄하게 다루지 않는 현행법상 실제 처벌은 쉽지 않거나 처벌해도 경미한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피해자의 인격을 사실상 말살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처벌 수위를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법령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4일 법무부는 “관전자도 그 행위가 가담ㆍ교사ㆍ방조에 이를 경우 공범으로 적극 의율하고, 불법 영상물을 소지한 경우에는 관련 규정에 따라 상응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민갑룡 경찰청장은 “가담자 전원을 공범으로 간주하겠다”고 했고,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도 25일 “관계자 전원 처벌과 신상공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성착취 동영상 이용자들에 대한 처벌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온다. 성범죄물을 게시하는 등의 적극 행위가 없었다면, 아예 처벌을 못하거나 하더라도 경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지 파일이나 짧은 영상을 클릭하지 않고 보기만 한 경우(스트리밍) 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영상을 내려 받아 소지한다 하더라도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인 경우에만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형량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불과하고,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사실상 없다. 대화방에서 욕설을 섞어 피해자를 조롱한 것은 모욕죄에 해당하지만 실형 선고가 거의 없고 벌금형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행법이나 판례상으로는 법무부 공언처럼 참여자 전체를 조직범죄 혹은 공범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장임다혜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성범죄자들을 조직으로 해석한 판례가 없다”며 “결국 개별행위를 판단해야 하는데 아이디와 당사자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려면 텔레그램 본사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텔레그램은 본사의 위치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본사에서 다른 나라에 정보를 제공한 전례가 없어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따라서 관전자에 대한 사법처리를 전제로 하는 신상공개도 쉽지 않다. 범죄자 신상공개는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을 때 등 조건에 맞아야 한다.
결국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관전자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촘촘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장윤미 여성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인격을 말살하는 정도의 성범죄물을 독려한 행위는 처벌 필요성이 높다”며 “법개정을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행 법령 체계에서도 법원이 최대한 법을 적극 해석해 관전자도 최대한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없지 않다. ‘n번방’에 입장하기 위해 입장료를 내거나 게시물을 올리는 등 적극적 행위를 한 사실을 근거로, 범죄 인식을 입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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