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생산을 멈춘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등 의료 장비 제작에 뛰어들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이탈리아와 미국 합작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23일(현지시간) 중국에 있는 자동차 공장 한 곳을 개조해 마스크를 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이크 맨리 FCA 최고경영자(CEO)는 “월 100만장 생산 목표로 수주 내에 제작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FCA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여파로 공장 문을 닫았던 제너럴모터스(GM)ㆍ포드ㆍ테슬라도 인공호흡기 등 의료 장비 생산에 뛰어들었다.
다만 의료 현장에서 확충이 가장 시급한 인공호흡기 생산에 자동차 업체들이 얼마나 큰 보탬이 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인공호흡기는 폐렴 증상을 겪는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데 꼭 필요한 의료기기지만, 생산 과정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물품이다. 인공호흡기 제조사인 해밀턴 메디컬의 젠 헬릭 대표는 “인공호흡기 제조는 재료나 부품 사용부터 매우 구체적이고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전체가 가동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IT전문매체 와이어드는 “일반적으로 인공호흡기는 설계 유형에 따라 부품이 달라지는데, 부품 제작에만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전직 국방부 관계자도 워싱턴포스트(WP)에 “완성차 업체나 우주항공 업체가 인공호흡기를 생산하려면 1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인공호흡기 제작과 관련해서는 의료기기 업체들과 협업하는 방식을 택했다. 포드는 24일 GE헬스케어ㆍ3M과 합작해 인공호흡기와 산소호흡기 디자인 개량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포드는 이렇게 개량된 제품 생산 과정에 환풍기와 배터리 등 자동차 부품을 활용할 계획이다. 포드에 앞서 GM은 벤텍라이프시스템과, 테슬라는 메드트로닉과 각각 협업하겠다고 밝혔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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