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로 활동 제한, 당장 돈 풀어도 큰 효과 없어”

재정건전성만 악화 우려… 재난소득 추진 신중 입장 지속

전문가 “중산층 이상 국민은 지원받은 돈 소비하지 않을 것” 지적도

재난소득 도입 등 재정확대 관련 홍남기 부총리 발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치권의 재난소득 추진 움직임과 관련해 “엇박자 정책이 될 수 있다”며 기존의 신중한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세계적인 불황 위기에 우리도 서둘러 과감한 재정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세를 넓히고 있지만, 재정건전성을 책임진 기재부 장관으로서 무리한 돈 풀기에는 계속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25일 새벽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일부 국가의 경우 영업장 폐쇄, 강제 이동제한 등 경제 ‘서든 스톱(sudden stop)’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편으로는 대규모 긴급부양책, 재난수당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실제 사용처가 없는 상태에서 돈을 푸는 엇박자 정책이 될 가능성을 지적한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정치권에서 재난소득 도입 주장이 계속되자 ‘막상 정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에도 홍 부총리는 재난소득 등 정책 도입 요구에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10일에는 국회에 출석해 재난소득 도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장점이 있겠지만,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답했고, 13일에는 추경 증액과 관련해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해 나가겠다”고 선을 그었다. “엇박자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이날 발언도 ‘아직은 재난소득을 논의를 할 때가 아니다’라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홍 부총리의 소신은 재정당국의 예산 지출에 대한 기본적인 보수적 성향과 예산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홍 부총리의 ‘예산맨’ 본색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실제 학자들 사이에선 재난소득이 막대한 재정 소요에 비해 경제살리기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여야가 주장하는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국민 대다수에 일정금액 이상 재난소득을 지급하는 데는 40조~50조원 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홍 부총리의 지적대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진행되는 가운데 통장에 수십만원 수준이 들어 와도, 이를 활발히 사용할 지 확신하기 어렵다. 또 중산층 이상 국민은 설사 감염병 확산이 둔화되어도, 받은 재난소득을 쓰기 위해 굳이 노력하지 않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중산층 이상은 지원 받은 돈을 무조건 소비에 쓰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빠르게 늘고 있는 국가채무도 홍 부총리가 확대재정 카드를 화끈하게 꺼내지 못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660조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올해 800조원을 넘어 내년에는 9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1차 추가경정예산에 따른 적자국채 발행 비용(약 10조원)을 반영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이미 40%를 넘어선다. 여기에 수십조원의 재난소득까지 지급할 경우 국가부채비율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난소득도 필요하다면 쓸 수 있는 카드로 이를 무조건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경제와 재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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