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유대균(50)씨가 그룹 계열사에서 상표권 명목으로 받은 20억여원이 부당하게 취한 이득이라 반환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 이동욱)는 세모그룹 계열사였던 상품중개업체 다판다가 유씨를 상대로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며 낸 소송에서, 유씨가 20억5,500만원을 돌려 주라고 판결했다.
상표권을 가지고 있던 유씨는 2002년 다판다와 상표출원 전용사용권 설정계약을 맺어 2013년 말까지 20억5,500만원을 송금받았다. 하지만 해당 상표는 사용료를 받을 만큼의 브랜드 가치가 없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은 유씨가 다판다의 상표권 등을 이용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했고, 유씨는 징역 2년형이 확정됐다. 이에 유씨는 피해를 회복하겠다며 자신이 보유한 부동산을 다판다로 이전하는 대물변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정부가 세월호 참사 책임을 묻기 위해 유씨 등이 보유한 재산 2,000억원을 가압류했다. 유씨가 다판다에 대물변제하기로 한 계약도 효력을 잃었다. 돈을 받지 못하게 된 다판다는 유씨를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냈다.
법원은 손해배상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유씨 측 주장은 받아들였지만, 애초에 유씨가 다판다와 체결한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씨가 다판다에 지배력을 행사하며 유 전 회장과 공모해 자기 명의로 출원된 상표 사용료를 요구했다”며 “이 상표가 인지도나 브랜드 가치가 전혀 없는데도 회사 자금을 빼낼 근거를 만들기 위해 전용사용권 설정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씨와 다판다 사이 계약은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해 무효라 상표권으로 얻은 이득을 돌려줘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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