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보다 여성이 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지만 그 이유에 대한 정설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과학적 설명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망막 시세포에 남성은 움직임에 주로 반응하는 M세포가, 여성은 질감이나 색깔에 반응하는 P세포가 많다는 연구는 여성이 남성보다 색채 감각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종종 거론된다. 후각과 연관된 뇌세포나 뉴런의 수가 여성이 남성보다 2배 가까이 많아 여성이 향기에 민감하다는 연구도 있다. 예술작품을 볼 때 남성은 전체 공간을 위주로 보지만 여성은 세부적인 곳에도 주목한다는 뇌활동의 차이로 여성의 꽃에 대한 애착을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 꽃을 좋아하는 경향은 나이듦에 따라 변하는 듯하다. 주변의 40대 이상 남성 중에도 꽃에 흥미를 가진 사람을 찾기 어렵지 않다. 가족 여행을 가더라도 SNS에 꽃 사진을 빼놓지 않고 올리는 것은 부모 쪽이다. “드라마를 보다가 울 때가 많아진다”는 중ㆍ장년 남성의 감정선 변화와 같은 맥락일지 모른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공감력이 높아지는 이런 현상은 자기감정을 억제하는 전두엽 기능이 나이가 들어 약해지기 때문에 일어난다.
□ 봄꽃이 한창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꽃구경이 줄줄이 취소다. 남부의 대표적 봄꽃 행사인 진해 군항제는 전면 취소됐고, 벚꽃 명소마다 4월 5일까지 폐쇄 안내 문구가 내걸렸다. 매년 4월 초에 열리는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 축제도 16년만에 처음으로 열리지 않는다. 국내만 그런 것도 아니다. 미국 벚꽃 명소인 워싱턴DC 내셔널몰과 인공호수 타이들 베이슨, 제퍼슨 기념관 인근 거리도 봉쇄됐다. 일본은 구경 나온 인파 자체를 막지는 않지만 벚나무 아래 자리 깔고 앉아 먹고 마시며 놀던 모습은 사라졌다.
□ 봄꽃 구경하러 전남 구례에 갔던 60대 남성이 동행들과 함께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세라고 보기 힘든 상황이니 사람이 몰리는 꽃놀이도 되도록이면 피하는 게 상책이다. 엊그제 배급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 앞에 줄을 서 있다가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초로의 여성이 자주색 프리지아 꽃다발을 들고 있는 걸 봤다. 지나던 지인이 이 여성에게 “웬 꽃이야”라고 물었다. “기분도 그래서 한 다발 사봤어.” 꽃 구경보다는 못하겠지만 먼지 앉은 화병 꺼내 꽃이라도 한 다발 사서 꽂아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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