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혁은 독특하다.
모델 출신 예능인이지만 시크함대신 친근함을 앞세우고, 망가짐도 거침없다. 내로라하는 예능인들 사이에서도 ‘저 세상 텐션’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다. 최근 예능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보이며 활약에 시동을 건 그가 궁금해졌다.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K-ART 스튜디오에서 만난 정혁은 최근 그가 출연 중인 각종 예능 프로그램 속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시종일관 높은 텐션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분위기 메이커’는 아니었지만, 그보다 매력적인 솔직함과 위트가 인터뷰를 채웠다.
지난 2017년 웹예능 ‘빠리피플’을 시작으로 3년 째 다양한 예능에 출연하며 예능인으로서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예능인이 주(主)고, 간간히 모델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예상 밖의 쿨 한 대답에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자신의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저의 목표는 사실 MC가 되는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말하는 걸 좋아했었거든요. 요즘엔 TV 외에도 다양한 플랫폼들이 있잖아요. 저는 그런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MC로서 진행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직은 예능에서 막내라, 막내의 자리에서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각 자리마다 역할이 있더라고요. 아직은 다른 역할들에 욕심 부리지 않고 때가 됐을 때 뭔가를 보여줘야 할 것 같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제 목표가 이렇다보니 (장)윤주 누나, (한)혜진 누나, (송)해나 누나 등 모델이 본업이시고 예능을 함께 하시는 선배님들과는 약간 결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가 각종 예능들에서 거침없이 망가지며 웃음을 선사할 수 있었던 원동력 역시 예능인의 길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웃음에 대한 열정이었다.
“사실 어릴 땐 꿈이 개그맨이었어요. 하하. 다른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서라면 이 한 몸 불사지르는 거죠. 살신성인의 모습이 담겨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망가지는 걸 즐기기도 하고요. 제가 망가짐으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인 것 같아요. 그런 이미지를 반전으로 봐 주시는 게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오히려 웃음에 있어서는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게 아닐까요.”
최근 ‘위플레이’ ‘플레이어’ 시즌1, 2, ‘호구의 차트’ 등에 출연하며 예능 신성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정혁은 현재 MBC ‘끼리끼리’에서 남다른 텐션을 빛내며 활약 중이다. ‘위플레이’에서는 강호동과, ‘끼리끼리’에서는 박명수와 예능 호흡을 맞춘 그에게 “둘 중 누구의 예능 스타일이 더 잘 맞냐”는 농담 섞인 질문을 건넸다.
“제가 감히 두 분을 어떻게 선택할 수 있을까요. 제가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죠. 두 선배님 모두 너무 멋있으세요. 저보다 열 배, 백배로 노력하시거든요. 두 분 다 배울 점이 있으세요. 먼저 호동이 형이 늘 공부를 하세요. 이 회에서는 어떻게 포인트를 살릴까 고민도 하시고, 유하게 재미있게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시죠. 명수 형님 같은 경우에도 늘 항상 노력하시는 모습이 보여요. 오디오가 비는 순간 그 공백을 채우시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두 분 모두 많이 존경하면서 본받고 있어요.”
그가 앞으로 예능 호흡을 맞추고 싶은 예능인은 누굴까. 정혁은 고민 없이 곧바로 붐의 이름을 꺼냈다.
“붐 선배님과 언젠가 한 번 예능을 함께 하고 싶어요. 예전부터 굉장히 좋아했던 선배님이셨거든요. 정말 에너지가 넘치시고 순발력이나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좋으신 분 같아요. 같이 호흡을 맞추면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MC시잖아요. 제가 가고 싶은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정말 꼭 한 번 함께 하고 싶어요.”
정혁은 현재 TV 예능 외에도 유튜브 ‘정혁의 저 세상 채널’을 통해 유튜버로도 활동 중이다. 무려 14만 구독자를 보유한 자신의 채널에서 그 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진짜 정혁’의 모습들과 재기발랄한 먹방으로 팬들과 소통 중인 그는 앞으로 더 큰 목표를 위해 나아가고 싶다는 꿈을 전했다.
“유튜브 정말 하고 싶어요. 지금 제가 운영하고 있는 채널이 아니라,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요. 지금 많은 분들이 ‘대표적인 유튜브 콘텐츠’ 하면 떠올리시는 장성규 선배님의 ‘워크맨’이나 박준형 선배님의 ‘와썹맨’처럼, 저도 그런 대표적인 예시로 떠올릴 수 있는 콘텐츠를 하는 게 꿈이에요. 장기적으로 보면서 유튜브 플랫폼을 저의 최종 목표로 하고 있어요. 욕심을 부리지 않되 ‘제 자신을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나아가는 게 베스트가 아닐까 해요.”
자신의 꿈에 대한 확신 속 미래를 위한 계단을 밟아 나가고 있는 정혁과의 만남은 그야말로 ‘반전’의 연속이었다. 분명한 것은 그저 흥 많고 끼 많은 예능 신예인 줄 알았던 그를 꽤 오래 동안 지켜보고 싶어졌다는 점이다. 이제 싹을 틔운 그의 성장기가 기대된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