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사칭 공천 대가 재판 중인 윤 전 시장에게 “JTBC 손석희에게 연결해주겠다” 접근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만들어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24)이 윤장현(71) 전 광주시장 등을 상대로도 사기 행각을 벌여 경찰이 수사 중이다.
조주빈은 권양숙 여사 사칭범에게 속아 4억5,000만원의 공천 대가성 금품을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던 윤 전 시장에게 “억울함을 풀 수 있게 돕겠다”며 접근한 뒤 ‘박 사장’이라는 사람을 광주로 보내 돈을 받아 간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윤 전 시장 측 관계자에 따르면 윤 전 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하반기 기관원을 사칭한 ‘최 실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
서울의 모 기관에 근무한다는 최 실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혼외자인 줄 알고 사기범 자녀들을 도와주셨다는데 자녀 관련 자료를 주시면 살펴보겠다”고 접근했다.
이에 윤 전 시장이 사기범의 말을 믿었을 뿐 자료가 없다고 하자 최 실장은 “그럼 JTBC에 출연해 억울함을 해명하는 기회를 갖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최 실장은 당시 뉴스룸 앵커였던 손석희 사장과 잘 안다면서 윤 전 시장을 서울로 불러 함께 JTBC 방송국을 찾아갔다. 이들은 직접 손 사장과 인사를 나누진 못했지만, 스튜디오에서 손 사장에게 아는 체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최 실장을 먼발치에서 봤다고 한다.
윤 전 시장은 “기회가 되면 조만간 인터뷰 방송을 잡자”는 최 실장의 말을 믿고 기다렸다. 그러나 출연 날짜는 계속 잡히지 않았고 윤 전 시장은 지난해 12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지난 17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최 실장은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 중간에 윤 시장에게 활동비를 요구한 뒤 ‘박 사장이라는 사람’을 광주로 내려 보내 돈을 받아갔다. 윤 시장은 최근 경찰의 연락을 받고서야 사기임을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시장 측 관계자는 “윤 전 시장은 사기행각을 한 사람이 조주빈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인지 아직도 구별하지 못한 것 같다”며 “당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송금 규모는 수백만원 정도에 그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 전 시장은 올해 1월 광주에서 제주로 이사한 뒤 제주S병원에서 공동 원장으로 일하다 이달 초 단독 대표 원장으로 취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주빈은 이날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해 윤 전 시장에 대한 사기 사건이 알려지게 됐다.
광주=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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