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도 1945년 설립 이후 75년 만에 처음으로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화상ㆍ전화회의 등 국제사회의 원격 협의가 자리잡는 모습이다.
AFP통신은 24일(현지시간) “콩고민주공화국(민주공코) 내정 불안 상황을 의제로 한 안보리 비공식 회의가 화상으로 4시간여 동안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일종의 시범 가동 성격이었던 이날 회의에서 공식 안건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대사를 포함한 각국 대표들은 자택에서 인터넷을 통해 회의에 참여했으며, 언론 접근은 제한됐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지금까지 안보리가 현장 직원과의 대화나 증인 진술을 청취할 때 화상을 이용한 적은 있었으나, 15개 회원국 전체가 온라인 협의를 한 것은 유엔 역사상 처음이다. 다만 회의 도중 인터넷 연결이 끊어지면서 논의가 중단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또 기술적 기반이 완벽하지 않은 탓에 동시통역이 불가해 회의는 영어로만 진행됐다.
앞서 16일에는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첫 화상회의를 열어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글로벌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 공동 대응책 마련을 숙의했고, 24일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이 컨퍼런스콜(전화회의)로 “유동성과 재정확장 등 경제성장 회복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공동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11일에는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공중보건 대응 문제에 관해 회원국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개최했다. 23일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들이 전화회의를 진행한 주요 20개국(G20)도 26일 첫 화상회의를 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앞서 13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G20 차원의 ‘특별화상정상회의’ 개최도 좋을 것”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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