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이 25일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의 신상공개 결정에 따라 이날 처음 얼굴을 드러낸 조씨는 목에 보호대를 차고 머리에 거즈를 붙인 채 종로 경찰서에 설치된 포토라인에 섰다. 경찰이 자해시도 등을 이유로 고개를 숙이지 못하게 목보호대를 채운 조씨는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었으나 ‘죄책감 느끼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계속되자 눈빛이 흔들렸다.
조씨가 머리에 붙인 거즈는 자해 시도의 흔적으로 보인다. 조씨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 수사과에서 종로 경찰서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나는 박사가 아니다. 박사와 관련된 그냥 사용자다”라고 주장하며 자해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코로나19 증상까지 호소한 것으로 보아 혐의에 대한 인정이나 반성의 기미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조씨는 포토라인 앞에 서서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한다.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줘서 감사하다”고 밝혔을 뿐 ‘음란물 유포 혐의 인정하는가’ ‘범행을 후회하지 않는가’ ‘미성년자 피해자들에게 죄책감은 안 느끼는가’ ‘살인 모의 혐의는 인정하는가’ 등 혐의 인정에 대한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향후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불리해질 수 있는 언급은 의도적으로 피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종로 경찰서를 찾은 수십 명의 시민들과 사회단체 회원들이 조씨의 송치 과정을 함께 지켜봤다. 이들은 단호한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흔들며 승합차에 오르는 조씨를 향해 “법정 최고형 구형하라!”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편, 경찰은 조씨가 운영한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암호화폐를 지불하고 미성년자 성 착취물 등을 시청하거나 음란물을 공유한 유료회원들에 대해서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신원 특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찰은 유료회원들도 강력하게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류효진 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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