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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입국 무증상 한국인 ‘자가격리 후 검사’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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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입국 무증상 한국인 ‘자가격리 후 검사’로 전환

입력
2020.03.24 18:20
수정
2020.03.24 19:5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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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검사 혼잡 탓… ‘사흘 내 보건소 검사’ 방역망 구멍 우려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영국 런던발 여객기를 타고 입국한 승객들이 진단 검사를 받는 곳으로 향하는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영국 런던발 여객기를 타고 입국한 승객들이 진단 검사를 받는 곳으로 향하는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유럽발 입국자 전원에 대해 입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시행한 지 이틀 만에 방침을 바꿨다. 무증상 내국인에 대해선 입국시 검사를 하지 않고 사흘 안에 보건소 등에서 진단 검사를 받는 조건으로 자가격리 하도록 한 것이다. 하루 1,000명이 넘는 유럽발 입국자를 모두 공항 인근 격리시설에서 전수 검사하려니 시설이 부족하고 혼잡해 검역을 위한 차단망을 일부 완화한 것이다.

24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의 신종 코로나 신규 확진환자는 전날 보다 76명 늘어났다. 중대본은 이 중 29%에 해당하는 22명이 해외 유입된 사례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역별로 유럽 18명, 미주 4명으로 나뉘며 국적별로는 내국인 20명, 외국인 2명이다. 외국 확진환자들의 국내 유입 문제가 심각해지며 정부는 지난 22일부터 유럽 전역에서 오는 입국자 전원에 대한 신종 코로나 진단검사를 실시해왔다.

그러나 유럽발 입국자 수가 22일 1,444명, 23일 1,203명에 이르면서 이들이 비좁은 공간에 모여 10여시간씩 진단검사를 대기하는 일이 벌어지자 ‘기다리다 감염되겠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방역당국은 24일 오후 2시부터 유럽발 입국자 중 내국인은 당장 증상이 없으면 우선 집으로 보내 자가격리를 시키고 입국 후 사흘 내에 진단 검사를 받게 했다. 유럽 입국자 가운데 내국인 비율은 약 90%다. 외국인은 종전대로 시설격리 후 진단 검사를 진행한다.

이로써 여러 명을 한 번에 진단검사 하려다 빚어지는 혼란은 줄일 수 있게 됐지만 방역망에 구멍이 뚫릴 우려가 있다. 내국인 무증상 감염자가 공항을 빠져나와 사흘간 방역망 밖에 남겨질 수 있어서다. 이들이 공항에서 집까지 이동하면서, 그리고 집에서 가족과 만나면서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22일 유럽발 입국자 1,444명 중 확진 판정을 받은 19명 가운데 8명은 무증상자 중에서 나왔다. 권준욱 중대본 부본부장은 “관할 보건소에서 입국 후 최대한 빠른 시간인 3일 이내 검사를 완료해 지역사회 전파나 피해는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아직 전수검사 대상이 아닌 미국발 입국자에 대해 권 부본부장은 “미국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발생 비율이 유럽보다 낮은 게 사실이지만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어서 내부적으로 대책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유럽에서 입국한 내ㆍ외국인 자가격리자에는 일반 자가격리자와 달리 45만4,900원의 생활지원비를 주지 않기로 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일반 자가격리는 개인 선택이 아닌 우연한 접촉에 의한 비자발적인 자가격리인 반면, 유럽발 입국자는 개인 선택에 따른 입국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다만 생활지원비 외 진단비ㆍ치료비와 식료품ㆍ생필품은 계속 지원된다.

한편 정부는 입장 시 발열체크와 2m이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어긴 콜센터 29곳, 종교시설 1,256곳, 유흥시설 101곳 등 3,482곳에 행정지도를 실시하고 그 중 위반 행위가 심각한 454곳에는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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