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여야 비례정당 ‘꼼수 경쟁’에 뒷짐… “직무유기”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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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여야 비례정당 ‘꼼수 경쟁’에 뒷짐… “직무유기”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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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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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ㆍ통합당, 공천 입김ㆍ의원 꿔주기… 선관위 “강요 물증 없으면 위법 아냐” 

미래한국당 해산과 선관위의 직접적 개입 등을 촉구하며 18일 오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항의 방문한 정의당 김용신 선거대책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 ‘꼼수 경쟁’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는데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4ㆍ15 총선에서 소수정당 몫인 비례대표 의석을 독식하기 위해 자회사 격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을 각각 차렸다. 그 자체로 지난해 연말 국회에서 처리된 공직선거법 취지를 훼손한 것이지만, 선관위는 눈을 감았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자회사의 공천에 공공연히 입김을 불어 넣은 데 이어, 총선 투표용지상 유리한 번호를 차지하기 위한 ‘의원 꿔주기’ 경쟁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총선이 전례 없는 편법으로 얼룩지고 있음에도 선관위가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는 게 학계와 정치권의 지적이다.

민주당, 통합당과 더불어시민당, 미래한국당은 독립된 각각의 정당이다. 그럼에도 통합당은 미래한국당 공천에 노골적으로 개입했고, 민주당도 더불어시민당 공천을 원격 조종한 혐의가 짙다. 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이 지난 16일 발표한 비례후보 명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한선교 대표를 비롯한 미래한국당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를 통째로 교체했고, 미래한국당은 통합당의 의중이 대거 반영된 명단을 나흘 만에 다시 짰다. 한 전 대표는 황교안 통합당 대표에게 ‘공천 압박’을 받은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더불어시민당의 공천에도 민주당의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급조된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후보 검증위원’을 파견해달라고 최근 민주당에 요구했다. 파견이 무산되긴 했지만, 양당이 사실상 ‘한 몸’이라는 자백이나 마찬가지다.

이 같은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 선관위는 “강요 등 실질적 물증이 없으면 선거법 위반 혐의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거법은 ‘민주적 심사절차를 거쳐, 대의원ㆍ당원 등의 투표 절차에 따라 비례 후보자를 추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 선거인단 투표라는 요식적 절차를 거친 만큼, 위법은 아니라는 논리다. 그러나 선관위가 ‘민주적 절차’라는 문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선관위 관계자는 24일 “비례 후보자 등록(이달 26, 27일)을 할 때 후보자 추천 과정을 담은 회의록 등을 각 당이 제출하면 공천 개입 정황이 있는지 검토하게 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현역 의원을 파견하는 행태 역시 정당법을 위반 논란을 불렀다. 정당법(42조)은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정당 가입, 또는 탈당 강요를 금지하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현역 의원 약 7명을 더불어시민당으로 이적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이해찬 대표가 직접 불출마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선관위는 이번에도 “통상 폭행이나 협박이 있거나 하면 문제이지만, 의원 간에 의견 제시가 강요에 해당하는 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급조된 위성정당은 선거비용 문제에 봉착하기 마련이다. 선관위는 비례 정당이 모회사격인 거대 정당에서 선거비용을 차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최근 내놨다. 선관위는 입장문에서 “사인 간의 거래와 마찬가지로 정당이 통상적인 이자율에 따라 다른 정당으로부터 유상 대여 받는 것은 정치자금법상 제한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비례정당 꼼수를 결과적으로 부추기는 것으로 해석돼 논란을 불렀다. 선관위가 거대 정당 사이에서 기계적 중립을 지키려는 소극적 태도가 ‘공정 선거 관리와 민주주의 수호’라는 선관위 설립 목적과 배치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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