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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넷·다크웹·n번방…솜방망이 처벌에 범죄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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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넷·다크웹·n번방…솜방망이 처벌에 범죄 ‘악순환’

입력
2020.03.24 18:01
수정
2020.03.24 21: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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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텔레그램 ‘n번방’ 사태는 예견된 참사였다. 수법은 전에 없을 정도로 악질적이지만, 앞서 소라넷이나 다크웹 사태가 발생했을 때 성착취물 유포 범죄를 근절하지 못한 탓에 벌어진 사건이기 때문이다. ‘n번방’ 사태로 불법 동영상을 이용한 남성 회원 1만여명이 집단 처벌될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미온적 대응으로 사태를 악화시킨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당국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디지털 공간의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사라지지 않는 한 유사 사건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16년 폐지된 불법 음란물 공유 웹사이트 소라넷은 ‘n번방’ 주범들이 벤치마킹한 시초 격에 해당한다. 2018년 11월 n번방을 만든 것으로 알려진 최초 운영자 ‘갓갓’은 대화방에서 “소라넷을 계승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했다. 소라넷은 2000년대 초부터 16년 가까이 아동 포르노와 몰래카메라(몰카) 영상, 유명인 얼굴을 합성한 음란물 등을 유포했으며 폐쇄 당시 서버에서 100만개 이상의 이용자 계정이 확인됐다. 하지만 소라넷 운영진 6명 중 검거된 이는 3명뿐. 이중 주범 송모(46)씨는 징역 4년을 사는 데 그쳤다.

제2의 소라넷들도 마찬가지였다. 세계 최대 규모의 다크웹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한 손모(24)씨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 다음달 출소를 앞두고 있다. 2013~2017년 ‘리벤지 포르노’를 유통해 17억여원을 번 ‘AV스누프’ 운영자 안모(36)씨 역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AV스누프에 게재된 아동청소년물 등 음란물은 46만건, 회원수는 121만명이었다.

[저작권 한국일보] 텔레그램 n번방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에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고영권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텔레그램 n번방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에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고영권 기자

성착취물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n번방’사태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n번방’ 두 번째 운영자이자 ‘와치맨’으로 불리는 전모(38ㆍ구속)씨는 2018년 6월 음란물유포죄로 징역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뒤 풀려나 같은 범죄를 저지르다 지난해 9월 다시 검거됐다. 집행유예 기간 중 별다른 죄의식 없이 또다시 동종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다 보니 악질적인 범행임에도 경각심을 갖지 않는 잠재적 가해자들이 많다”며 “익명성 때문에 잡기 어렵다는 믿음도 널리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당국이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한편으로 디지털 기술은 날로 발전하면서 디지털 성범죄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n번방’ 운영진이 서버 위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익명화 수준이 높은 텔레그램을 플랫폼으로 선택하면서 경찰도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박사방 운영자들이 유료 대화방 입장에 익명 거래가 가능한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사용하면서 불법 영상을 구입한 회원들을 추적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성범죄를 사업 수단으로 연결하는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성학 연구자 권김현영씨는 “n번방 사건이 가장 충격적인 점은 광범위한 남성들이 성착취에 돈을 지불하고 돌려보는 한 산업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라며 “한국 사회의 성착취 문화와 성 구매 문화가 최악의 형태로 결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김현종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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