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거부, 반납 운동을” 대안 제시도
‘공무원도 똑같이 적용할 것이냐,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것이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입은 피해 계층에 대해 최대 50만원의 재난긴급생활비 지원 계획을 발표한 서울시가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 18일 박원순 시장이 중위소득 100% 가구에 대한 ‘포괄적이고도 즉각적인’ 현금성 지원을 약속했지만, 지원 대상에 공무원 포함 여부를 놓고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는 탓이다. 공무원이 대상에서 배제될 경우 ‘포괄성’에 흠집은 불가피하다.
24일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시가 기본소득 보장 차원에서 조건 충족시 무조건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후 공무원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강조하는 의견들이 나왔다”며 “지급 대상에 공무원 포함 문제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의 고심은 신분이 안정적인 공무원의 직업 특성에 따른 것이다. 일반 기업 근로자들의 경우 무급 휴직은 물론 해고 위험에까지 내몰리는 상황에서 공무원들은 해고 위험이 없는데다 월급도 제때 지급받지 않느냐는 것이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이번만큼은 공무원들이 양보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들이 있지만, 민감한 내용이라 서로 이야기 하길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원대상을 시에 거주하는 중위소득 100% 이하 191만 가구 중 추경예산 등으로 정부지원을 받는 73만 가구를 제외한 117만7,000가구로 잡았다. 서울시 및 25개 자치구 공무원은 약 6만명으로, 이중 중위소득 100% 기준에 미달하는 공무원 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100% 중위소득은 가구원 수에 따라 달라진다. 1인가구 175만7000원, 2인 가구 299만1000원, 3인가구 387만원, 4인 가구 474만9000원 등이다.
포괄적 지원 방침에 따라 당연히 지급 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하급 공무원들은 이 문제가 부각되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기술직 공무원은 “소득기준으로 지원 방침을 밝힌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같이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공직사회의 자발적 운동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급 조건을 충족해도 재난긴급생활비를 자발적으로 거부하거나, 받더라도 스스로 반납하자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통령, 총리, 장ㆍ차관 등 위에서부터 급여 반납 움직임이 시작되지 않았느냐”며 “공무원이라도 다 같지 않고, 어렵게 사는 이들도 있는 만큼 공무원을 대상에 포함시키되, 급여 반납 운동을 전방위로 확산시키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26일 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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