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후보 부동산 투기ㆍ음주운전 전력ㆍ미투 등 자격 논란 시끌
열린민주당의 비례대표 후보 명단은 정치권이 틈만 나면 흔드는 ‘공직자의 도덕성 기준’에 미달한다. 음주 운전과 부동산 투기 등 전력이 있는 인사는 물론이고,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인사도 당선 안정권에 배치됐다. 비판 목소리엔 눈 감은 채 ‘문재인ㆍ조국 수호’라는 깃발을 들고 돌진하는 모습이 ‘나꼼수’식 선동 정치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열린민주당이 24일 확정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는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2번),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4번),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6번) 등이 상위 순번에 배치됐다. 최근 열린민주당 지지율을 고려하면 6번까지가 당선권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측근인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8번을 받았다.
최 전 비서관은 조 전 장관의 아들에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대변인은 서울 흑석동 재개발 상가 투기 의혹으로 청와대 대변인직을 사퇴했고, 부동산 투기 이력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했다. 주 전 사장은 2007년쯤 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가 정지된 전력과 아들이 한국 국적 포기한 사실이 도마에 올랐다. 후보들뿐 아니라 열린민주당을 이끄는 정봉주 전 의원도 미투 논란으로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됐다.
그러나 이들은 오히려 ‘우리가 정의다’는 프레임을 내걸고 나섰다. 최 전 비서관은 16일 청와대를 나오며 “대통령을 지키겠다. 촛불을 지키고 역사를 지키겠다”고 정의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김 전 대변인은 22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을 물어뜯거나 우리 사회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는 기사가 너무 많다”며 언론개혁을 출마 근거로 내세웠다. 손혜원 공천관리위원장은 2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12년 전 단 한번 음주운전에 걸렸던 부분”이라며 주 전 사장을 옹호했다. 2006년 음주ㆍ무면허 운전 전력 때문에 정의당 비례대표 6번을 반납한 신장식 전 후보와 대비되는 행보다.
열린민주당은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편가르기 선거운동을 득표 전략으로 삼았다. 이를 지켜보는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표정은 복잡하다. 여권에는 2012년 19대 총선 패배의 결정타가 된 ‘나꼼수 파동’이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열린민주당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전 장관의 인기에 기댄 정당이라는 점에서 옛 친박연대와 다를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열린민주당의 돌출 행보로 중도 민심이 이탈하면 더불어민주당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는 열린민주당은 잃을 게 없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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