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반대에도 이달 30일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 완화 뜻
코로나19, 교통사고에 빗대…대선 앞두고 경제 살리기 다급
미국 코로나19 환자 4만명 넘고 사망자도 하루 100명 넘게 나와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표류하고 있다. 최근 들어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자 자택대피명령 등을 내리는 지역이 늘고 있지만, 정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보건당국의 반대까지 무릅쓰고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경제활동 조기 정상화 의지를 보였다. 미국이 보건과 경제라는 이중 위기 상황에서 갈팡질팡하자 시장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15일 기간’이 지나면 미국은 다시 경제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내놓은 가이드라인의 시한인 이달 30일부터는 해당 권고를 완화하겠다는 의미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가능한 재택근무를 하고 10명 이상 모임과 여행ㆍ쇼핑ㆍ외식ㆍ사교적 방문 자제 등을 제안하자 주(州)정부들은 잇따라 이동 제한과 식당ㆍ영화관 등의 영업을 정지시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채 열흘도 안돼 정책의 무게중심을 보건에서 경제로 옮겼다. 그는 “치유가 문제 자체보다 나빠지도록 할 수 없다”며 경제 제한 조치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통사고가 많다고 사람들에게 차를 몰지 말라고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코로나19를 독감에 빗대며 보건 위기를 축소하던 초기 대응 태도로 돌아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의사들에게 맡기면 ‘전 세계를 셧다운 하자’고 할 것”이라며 “그렇게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보건당국의 반대에 개의치 않겠다는 얘기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 내부에서 보건 전문가들과 경제참모들 간 긴장이 상당하고 재계와 공화당, 보수 학자들이 가이드라인 완화를 주장해왔다”고 전했다. 대선을 앞두고 다급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증시 폭락과 실업률 증가에 놀라 경제 문제로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날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는 전날 3만명대에서 4만2,663명으로 늘었고 일일 사망자도 처음으로 100명을 넘기면서 541명까지 늘었다. 제롬 애덤스 미 공중보건서비스단장은 “이번 주에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거듭 강조했다. 자택대피명령을 내린 지역도 미시간 뉴멕시코 인디애나 오하이 등으로 확산됐다. 버지니아는 아예 모든 학교의 이번 학기를 서둘러 종료했다.
최대 2조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 관련 긴급 예산안 처리도 난항이다. 중간 절차를 생략한 채 곧바로 본회의 투표에 들어가기 위한 상원의 절차투표가 이틀째 부결된 것이다. 다만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협상 중인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협상 타결이 희망적”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만간 미국은 물론 글로벌 경기 회복의 단초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