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기저질환 있는 중증 환자도 치료 가능”
만성신부전으로 25년간 신장 투석을 받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중증 폐렴 소견도 보였던 50대 남성이 입원한지 한달 만에 퇴원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코로나19 확진자인 최모(57)씨가 24일 퇴원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거주지인 대구에 중증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부족해 한달 전 국가지정병상이 있는 길병원으로 이송돼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최씨는 만성신부전이라는 기저질환이 있는데다 입원 당시 폐렴이 중등도(중증으로 진행되기 전 단계) 이상으로 진행된 상황이라 치료 경과를 낙관할 수 없었다. 입원 후에는 폐렴이 중증 이상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항바이러스제, 항생제 등 적절한 치료가 병행되며 차츰 경과가 좋아졌고, 3번에 걸친 코로나19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의료진은 최씨의 격리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기저질환 등을 고려해 한 주 가량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경과를 관찰했다.
담당 교수인 감염내과 조용균 교수(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비상대책본부장)는 “투석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가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폐렴이 진행된 경우 사망률이 최대 100배에 이르는 만큼 치료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라며 “그러나 우수한 의료 인프라와 환자 본인의 극복 의지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퇴원을 앞두고 “한달 동안 답답하기도 했지만 헌신적으로 치료해준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 덕분에 집으로 가게 돼 정말 기쁘다”라고 말했다.
앞서 초중증 폐렴으로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약 2주간 에크모(환자 혈액을 빼낸 뒤 산소를 주입해 다시 몸 속으로 넣는 호흡기 치료장비) 치료를 받은 한모(75)씨도 3차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격리 해제됐다. 그는 현재 집중치료실에서 폐 기능 향상을 위한 치료를 받고 있다. 한씨는 평소 혈압 외에 기저질환이 없었으나 폐렴이 급속하게 진행돼 지난 4일 대구에서 길병원으로 옮겨졌다.
조 교수는 “해외 사례와 비교했을 때 사망률이 낮고 기저질환이 있는 중증 환자 중에서도 완치 사례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의료 수준이 안정적이고 우수하다는 뜻”이라며 “어떤 중증환자라도 ‘살릴 수 있다’는 의지와 노력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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