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철창 속 집단생활… 교도소, 코로나 소굴될 우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철창 속 집단생활… 교도소, 코로나 소굴될 우려

입력
2020.03.26 04:30
13면
0 0

집단 감염 두려움에 폭동… 이탈리아 브라질 이어 美서도 탈옥방역 대책서도 후순위 밀려… 美 등 일부 국가 가석방 등 실시

22일 폭동이 일어난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라모델로 교도소 밖에 재소자 가족들이 모여 있다. 전날 이 교도소에서 코로나19 공포로 인한 재소자들의 집단탈옥 시도가 폭력사태로 번지면서 재소자 23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보고타=AP 연합뉴스
22일 폭동이 일어난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라모델로 교도소 밖에 재소자 가족들이 모여 있다. 전날 이 교도소에서 코로나19 공포로 인한 재소자들의 집단탈옥 시도가 폭력사태로 번지면서 재소자 23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보고타=AP 연합뉴스

이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어느 나라에서 발병했는지는 뉴스가 아니다. 전 세계가 감염병 영향권에 들면서 2ㆍ3차 감염, 즉 역내 ‘집단 감염’ 공포가 각국을 뒤흔들고 있다. 거의 모든 정부가 집단 감염의 잠재적 진원지를 찾느라 혈안이 돼 있다. ‘교도소’도 그런 곳 중 하나이다. 막힌 공간에 사람은 많고, 물자는 부족해 곳곳에서 폭동ㆍ탈옥 사태가 빈발한다. 방역 대책과 사회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코로나19의 새 전쟁터를 통제할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5만명을 넘긴 미국에서도 24일(현지시간) 집단 탈옥이 발생했다. 미 ABC방송은 “통제령이 내려진 워싱턴주(州) 야키마카운티 교도소에서 죄수 14명이 탈옥했다”고 보도했다. 8명은 현장에서 붙잡혔지만 나머지는 탈옥에 성공해 경찰이 행방을 추적 중이다.

시작은 이탈리아였다. 이달 8일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등에 봉쇄령과 함께 관내 교도소 면회금지 조치가 내려지자 재소자들은 방화와 탈옥을 감행했다.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수감자들의 무력시위는 브라질 콜롬비아 인도 등으로 퍼졌고, 21일엔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리모델로 교도소에서 폭동이 일어나 23명이 숨졌다. 16일 브라질 상파울루주에서는 4개 교도소에서 무려 1,000여명이 연대 탈옥을 시도하기도 했다.

대규모 폭동과 탈옥의 1차 원인은 바이러스 전염에 대한 두려움이다. 중국 산둥성 등 3개 지역 교도소에서는 20일 하루에만 교도관과 수감자 400여명이 한꺼번에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교정당국은 통제 수위만 높여 수감자들의 분노를 한층 부추기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상파울루 집단 탈옥 시도는 외출 시 감염을 우려해 교도소 출입을 전면 금지한 데 따른 반발”이라고 전했다.

높은 감염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교정환경도 교도소 민심을 악화시키고 있다. 전 세계 공통적으로 좁은 공간에 많은 수감자가 밀집해 있는 탓에 코로나19 예방의 기본 원칙인 ‘사회적 거리두기’는 꿈도 꾸기 힘들다. 이탈리아 인권단체 안티고네의 조사 결과, 이 나라 교도소는 정원을 평균 20% 초과한 상태다. “뉴욕 교도소에선 수감자끼리 겨우 76.2㎝ 떨어져 있다(미 시사주간 타임)”는 분석도 있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집단 목욕과 산책을 강제하는 것도 감염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비판했다.

방역 정책에서 역시 교도소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프랑스 법무부는 최근 전국 수형시설에 보급할 마스크 1,100만개를 주문했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프랑스 최대 교도관 노조(UFAP-UNSA)는 “교도관들이 장비 부족으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창궐 당시 쓰여 유통기한이 2001년 만료된 마스크를 끼고 일한다”고 리베라시옹에 폭로했다.

미국 등 일부 국가는 수감자를 조기 석방하거나 가석방해 비난 여론을 잠재우려 한다. 뉴욕 리커스섬 교도소는 이날 수감자 75명을 풀어줬고, 이후 1,000여명이 석방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앞서 미 오하이오주의 한 교도소도 경미한 비폭력 범죄에 연루된 수감자 200여명을 동시에 내보냈다. 인도 일간 이코노미타임스는 “정부가 법무부에 징역 7년형 이하 수감자를 가석방하라고 지시했는데, 코로나19가 교도소로 번질 경우 이들을 격리ㆍ치료할 공간을 확보하려는 조치”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신체의 자유만 허용하는 이런 대책은 정당한 법 질서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감염병 억제의 근본 해법도 될 수 없다는 반론이 적지 않다. 미 일간 뉴욕포스트는 “가석방된 수감자가 다른 사람들과 접촉으로 감염 가능성을 높이고 새로운 범죄도 야기할 수 있다”면서 “본질적인 해결책은 좀 더 정교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