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제시한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남용으로 미국에서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코로나19 감염을 두려워한 나머지 약품용이 아닌 어항 청소용 제품을 섭취한 결과로 보인다.
미국 CNN방송은 23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역의 60대 부부가 클로로퀸을 복용한 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남편은 숨지고 부인은 중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이들 부부가 이송된 베너 헬스 병원 측은 “어떤 방법으로 클로로퀸을 구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클로로퀸은 어항을 청소하는 데 쓰이는 첨가제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병원 측은 코로나19 치료나 예방 목적이라도 부적절한 약물이나 가정용 제품을 함부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도 클로로퀸 남용으로 최소 2명이 병원에 입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나이지리아 보건당국은 21일 클로로퀸 수요가 급증하자 사용 자제를 경고하고 나섰다.
잇따른 클로로퀸 오용 사례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트위터에서 말라리아 치료제로 쓰이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항생제 아지스로마이신을 코로나19 치료에 병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뒤 코로나19 관련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이 약물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CNN은 “FDA가 공식적으로 클로로퀸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고 승인한 것이 아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된 주장을 폈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코로나19 치료제로 FDA가 공식 등록한 의약품은 하나도 없다고 CNN은 전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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