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살균제는 유통기한 지나도 효과”
서울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개화역~염창역)을 방역하는 업체가 유통기한이 지난 살균제를 쓴 사실이 드러나 경찰에 고발됐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9호선 1단계 구간을 운영하는 민자업체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이 구간 방역에 유통기한이 지난 살균소독제를 사용한 청소용역위탁업체 P사를 이날 서울 강서경찰서에 고발했다. P사는 유통기한이 24개월인 2015년 5월에 제조된 살균소독제로 역사와 전동차 내부를 방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살균소독제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쓰고 남은 살균제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측은 고의성 없이 재고를 사용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얘기하지만, 그걸 그대로 믿을 수는 없어서 사실을 가리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도 살균소독제 구입 기록과 재고를 사용량과 대조하는 등 자체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에 시는 당시 방역에 쓰고 남은 살균소독제를 수거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 시험을 의뢰했다. 결과는 다음주 수요일쯤 나온다. 시 관계자는 “살균소독제의 경우 유통기한과 유효기간은 달라서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며 “실제 방역 효과가 없었는지 알기 위해서 의뢰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살균소독제의 경우에는 유통기한이 지나도 소독 효과는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대기업의 화학물질 분석팀장은 “소독제는 기본적으로 살균능력을 가진 물질을 함유한 제품”이라며 “유통기한이 지나도 화학 구조가 변하지 않고, 살균능력도 일정 수준이상 유지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제기한 ‘맹물 소독’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는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해 9호선 1단계 구간 외 1~8호선과 9호선 2ㆍ3단계 구간, 버스 등 대중교통 전반의 방역물품을 점검할 계획이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