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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바싹 마른 회사채 시장 ‘경제 뇌관’ 될라… 20조원 선제적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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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바싹 마른 회사채 시장 ‘경제 뇌관’ 될라… 20조원 선제적 투입

입력
2020.03.24 16:22
수정
2020.03.24 20:4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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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만에 2배로 확대된 채권안정펀드]

은성수 금융위원장 “올해 만기 회사채 규모 고려” 선제적 대비

4월 만기 6조5000억원 역대 최고... 신규 회사채 발행도 어려워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위기 뇌관으로 떠오른 채권시장에만 2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앞서 예상된 10조원의 두 배다. 이런 결정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채권 시장이 심상치 않게 흘러간다는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선제적인 시점에 규모 또한 늘려 나름의 시장안정 효과가 있을 거란 기대를 내비쳤다.

◇정부 “올해 회사채 만기 대응 가능”

금융위원회는 24일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20조원 규모로 편성해, 10조원은 바로 투입하고 나머지 10조원은 추가로 상황에 따라 조성할 계획이다.

총 펀드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두 배로 늘린 데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의 규모와 대응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안펀드는 은행, 보험사, 금융투자사 등 금융사 84곳의 출자로 구성된다. 투자리스크관리위원회의 통제에 따라, 회사채뿐 아니라 우량기업의 기업어음(CP), 금융채 등에 투자한다. 당장 이날 오후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3조원 투입을 결정하기도 했다. 4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채권을 사들일 방침이다.

[저작권 한국일보]채권시장안정펀드
[저작권 한국일보]채권시장안정펀드

정부는 또 중견기업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2조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신속 인수제도를 시행한다. 두산중공업 등 최근 어려움을 겪는 대기업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다만 대기업 지원과 관련해선 ‘자구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선 노력이 있어야 대기업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자금시장에도 7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한다. 이미 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표된 저신용등급 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도와주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지원(6조7,000억원)도 대책에 포함된다.

◇올해 갚아야 할 회사채 38조원

이렇게 정부가 채권 시장, 특히 회사채 시장에 돈을 쏟아 붓는 이유는 그만큼 시장이 심상치 않아서다. 우선 갚아야 할 회사채 규모가 상당하다. 국내 회사채 발행물량 50조8,727억원 중 올해 4월 만기를 맞는 규모는 6조5,495억원이다. 4월 기준으로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1년 이후 가장 많다. 연말까지는 38조3,72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통상 기업들은 회사채 만기가 되면 새 회사채를 발행해 만기를 늘리는 ‘차환’을 해왔지만, 최근 회사채 수요가 급감하면서 차환이 어려워졌다. 우량 채권 등급인 AA급 기업들까지 채권발행 목표 금액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탓에 코로나19 충격이 큰 대기업들(두산중공업, 대한항공, 롯데칠성, 하이트진로 등)조차 회사채 신규 발행을 엄두 내지 못하고 있다.

◇역대 세 번째 채권 안정 기금… “시장 안정 기대”

채안펀드는 1999년, 2008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조성된다. 이번 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모델을 준용했다. 2008년에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채권시장 자금 유통이 원활하지 않아, 기업들이 회사채나 CP를 통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웠다.

정부는 당시 총 10조원 규모를 계획해 1차로 5조원 규모를 운용했다. 2009년 1분기까지 만기를 맞은 투자대상채권 중 차환발행 물량을 우선 매입해 시장 안정을 꾀했다. 회사채, CP 등도 사들여 기업들의 신용경색을 방어했다.

이번 20조원 규모 채안펀드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 당시 채안펀드가 투자심리 회복과 시장 안정화에 크게 기여했다”며 “이번에도 기업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는 일부 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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