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 위한 ‘15일 가이드라인’ 끝나면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일하러 나가자. 미국은 셧다운 위해 건국된 게 아니다”
WP “보건 당국 ‘시기 강조’ 내부 경고에도, 셧다운에 짜증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미국은 다시 곧 경제활동을 재개할 것이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를 시사했다. 미국 내 코로나19가 확산돼 자택 대피 명령 등을 내리는 주정부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활동을 조기에 정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보건 당국은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영업 제한 해제를 원하는 경제계의 로비에다 트럼프 대통령도 증시 하락에 다급해져 완화 조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브리핑에 참석해 “우리 보건 전문가들이 전국에 걸쳐 이번 병의 변종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이런 데이터를 이용해서 지역 경제가 적절한 시점에 그들의 활동을 조심스럽게 재개하도록 허용하는 새로운 프로토콜을 권고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일하러 나가자”며 “우리 나라는 셧다운을 위해 건국된 게 아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15일 기간이 끝나면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가기를 원할지, 언제 문을 열지를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6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내놓은 '보름간 적용되는 가이드라인' 시한이 끝나는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경제 활동을 제한한 권고를 거둘 것을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몸이 안 좋으면 출근·등교를 하지 말고, 가능하면 재택근무를 하며 10명 이상의 모임은 피하고, 여행•쇼핑•외식•사교적 방문을 피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런 가이드라인 속에서 각 주 정부들은 식당과 술집, 영화관 등을 폐쇄하는 조치를 취해왔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보건 당국자들의 내부 경고와 권고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억제 조치를 축소하고 경제를 재개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여러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공화당 의원들과 보수 성향 경제학자들이 지난 일주일여간 레스토랑과 상점, 그 외 모임 장소에 대한 폐쇄 조치 완화를 강력히 건의하며 백악관을 상대로 '로비'를 벌여왔다고 WP는 전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당국자들도 조속한 경제 정상화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곤두박질치는 주식 시장에 집착한 채 여름까지 미국이 셧다운 돼야 한다는 생각에 짜증이 나 있으며, 오로지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는 상황에 대해 점차 염증이 난 상태라고 한 인사가 WP에 전했다. CNN방송도 참모들의 전언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15일 기한이 지난 뒤 가이드라인을 완화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