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권고에도…국경폐쇄ㆍ이동제한도 아직
“외출금지 때 되면 말해줄 것…외식으로 경제 강화하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 대유행 ‘팬데믹’으로 선포되면서 각국에서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 권고가 이어지는 상황에 멕시코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밖으로 나가 외식할 것을 장려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식당에서 촬영한 영상을 올려 국민들에게 “외출을 멈추지 말라”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우리는 (감염병 확산) 1단계”라며 “외출하지 말아야 할 때가 되면 이야기해주겠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영상에서 그는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가족들을 데리고 외식도 하라. 이것이 가정 경제와 국민 경제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과장된 방식으로 모든 걸 마비시키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영상에 멕시코 국민들은 “분별력을 갖고 이 위기를 직면하고 그의 정책에 대해 심각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J****), “각 주의 주지사가 집을 떠나지 말라고 하는데 대통령이 의식이 없다, 이러니 사람들이 계속 산책을 하는 것”(L****), “멕시코 병원은 많은 환자를 수용할 여력이 없는데 외출을 권장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하다”(N****)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앞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멕시코에 확진자가 발생하고 보건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한 후에도 지지자들을 만나 악수와 포옹을 하는 등 경각심 없는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았다.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코로나19 위기에도 대통령은 아직도 팬데믹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멕시코는 중남미 대부분 국가와 달리 코로나19 국면에도 아직 국경폐쇄나 이동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09년 전 세계에 확산된 신종플루 진원지였던 멕시코가 당시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실시한 강력한 봉쇄정책으로 경제에 큰 타격을 입었던 경험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태도와 달리 멕시코 지방정부에서는 외출 및 다중이용시설 방문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수도인 멕시코시티는 시민들에게 자택에 대기할 것을 권고하며 23일부터 박물관ㆍ영화관ㆍ체육관ㆍ술집 등의 영업을 일시 폐쇄하고, 종교행사 등 50명 이상 모이는 것도 금지한다.
멕시코에서는 이날까지 코로나19 확진자 316명이 발생했으며 이중 2명이 사망했다. 멕시코 정부는 감염병 확산의 3단계 중 아직 지역사회 감염 없이 외부 유입 위주로 나타나는 1단계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2번째 사망자의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아 지역사회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