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완전 진압을 목표로 22일부터 15일 동안을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으로 정했지만 실생활에서 이를 제대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대중교통 출퇴근과 ‘전투적’ 점심식사가 일상인 직장인들에겐 공허한 구호로마저 느껴진다.
출근 전쟁이 시작된 23일 오전 무수한 직장인들이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보다는 한산한 편이나 여전히 출퇴근 시간엔 적지 않은 시민들이 전동차 내에서 부대낀다. 유연 근무 덕분에 붐비는 시간대를 피한다 해도 좌석이 옆 사람과의 접촉이 불가피한 구조인 탓에 빈 좌석을 두고 서서 가지 않는 한 타인과의 ‘거리 두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이 같은 상황은 시내버스나 광역버스에서도 비슷하다. 정부가 권장하는 타인과의 실내 적정 거리는 2m다.
꺼림칙한 마음을 안고 사무실이 입주한 빌딩에 들어서면 엘리베이터라는 ‘난관’에 부딪힌다.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탑승한 엘리베이터는 밀집 공간 그 자체다. 탑승 정원을 초과하지 않았는데도 전후 좌우로 타인과의 접촉이 이루어지는 좁은 공간에서 몸과 마음은 경직된다. 마스크를 썼지만 불안감 때문에 회사 동료들끼리도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는 게 요즘 기본 매너다. 최근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서울 구로구 콜센터의 경우 다른 층으로의 확산에 엘리베이터가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점심 시간이 되면 또 다른 ‘접촉 전쟁’을 치러야 한다. 사무실이 운집한 서울 남대문로의 골목 식당가. 코로나19 여파로 식당가는 비교적 한산한 편이지만 손님이 몰리는 일부 ‘맛집’의 경우 줄을 서야 한다. 음식점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골목에서 한 사람에 1~2m씩 간격을 두고 줄을 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른 식당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겨우 식당에 들어서면 비좁은 실내에서 저마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한다. 일부 소규모 식당에서는 의자 간격이 너무 좁아 손님들이 팔꿈치가 닿을 정도로 붙어 앉아 점심을 먹는 ‘아찔한’ 광경도 벌어진다. 관공서와 일부 기업체가 점심시간을 시차제로 운영하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의 사각지대는 골목마다 엄연히 존재한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성공 이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생활 방역으로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바꾼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거리 두기가 불가능한 국민의 현실을 먼저 직시해야 한다. 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길 ‘특효’ 정책은 그 이후에 나올 수 있다.
고영권 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