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에서 열린 '임상정보 공유 및 중환자 진료 전략 수립 촉구 기자회견.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23일 성명을 통해 “정부와 일부 지자체가 토사구팽을 자행한다면 의료인의 철수를 권고하고 오로지 국공립 의료기관과 보건소의 힘으로 극복하도록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주 요양병원에 대해 “집단감염을 초래할 경우 귀책 사유에 따라 환자 치료비에 대한 구상권 청구까지 검토하겠다”고 경고하고, 경기도가 역학조사에 부실하게 응했다며 분당제생병원을 고발하겠다고 밝히는 등 방역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의료기관에 대해 책임을 물으려 하자 내놓은 입장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며 전 세계가 대혼란에 빠진 것과 달리, 국내 상황이 그나마 비교적 안정적 관리 단계에 접어든 건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으로 달려가 불철주야 환자 진료에 매달린 의료진의 헌신과 노력 덕분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잇단 강경 조치에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이 느낄 서운함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정부와 경기도의 이런 입장 표명에 대해 정부가 방역 실패의 책임을 의료진에 전가한다는 식으로 곡해하고 집단행동을 부추키는 듯한 의협의 대응은 온당치 않다. 정부와 경기도의 조치는 집단감염 방지를 위한 사전관리 의무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쨌든 국가적 의료 위기 상황에서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와 정부가 책임 공방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볼썽사납다. 의협은 과거에도 원격 의료 도입 반대, 수가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집단 휴진 등 단체행동을 벌였으나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혹시라도 정부 지원이 미흡했다면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후 의견과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것이 최고 전문가 집단으로서 의협이 취해야 할 행동이다. 환자를 볼모 삼아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는 태도는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정부 역시 의료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의 헌신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면서 의료진의 협조를 이끌어 내야 한다. 의료진의 사기가 저하되지 않도록 가급적 의료기관에 대한 구상권 청구나 고발 등은 자제하거나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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