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달러 규모의 한ㆍ미 통화스와프 체결 등으로 외환시장 안전판을 마련한 정부가 채권ㆍ증권시장에 대한 후속 조치에 나선다. 채권시장과 증권시장 안정펀드 조성을 포함해 최소 27조원 규모의 자금시장 안정화 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격탄을 맞은 회사채(CP)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직접 지원책 포함 여부, 최종 지원 규모 등이 최대 관심사다.
청와대는 23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24일 열리는 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증권ㆍ채권ㆍ단기자금시장 안정 대책을 포함한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회의 직후 확정된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먼저 정부는 각각 10조원 규모인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권시장안정펀드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KB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회사가 각각 2조원씩 출자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만든 채권시장안정펀드가 10조원 규모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조성되는 펀드 규모는 더 클 것이란 관측도 있다.
회사채 시장 안정화 방안도 관심이다. 당장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회사채를 직접 매입하는 ‘신속인수제도’ 도입 여부가 관건이다. 내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는 6조5,000억원 가량인데 취약 기업들이 도미노 디폴트(상환 불능)에 처할 경우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질 수 있다. 6조7,000억원 규모의 채권담보부증권(P-CBO) 프로그램 지원 대상 기업 확대 방안이 검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중소ㆍ중견기업까지 지원의 길을 넓혀뒀지만 P-CBO 대상을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당장 항공업계의 경우 저비용항공사(LCC)뿐만 아니라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도 개점휴업 상태다. 대기업 역시 경영 상황이 위험해질 경우 지원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현재 거론되는 대책만으론 사태에 따른 시장 공포를 걷어내는 데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더 신속하고 과감하게 통 큰 정책으로 코로나19 국난 극복을 위해 질주해달라”고 밝혔다. 특히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도 어제 직접 40조원 투입을 주장했다”며 “확장재정, 양적완화 방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내일 대통령 주재 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큰 결단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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