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박사방 유료회원 수백여명 명단 확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텔레그램 ‘n번방’ 관련 피의자 중 ‘박사방’ 운영자인 조모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심의가 24일 오후 열린다. 현재까지 강력범죄가 아닌 성폭력 범죄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된 적은 없으나, 조씨의 범행이 강력범 못지 않게 극악하다는 점에서 충분히 공개 결정이 내려질 만하다고 예측하고 있다.
23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조씨의 신상 공개 가부를 가르는 기준은 3가지로 좁혀진다. △사회적으로 중대한 해악을 끼치는 범죄이며 △피의자를 유죄로 볼 충분한 증거가 있고 △신상 공개가 국민의 알권리, 범죄예방 등 공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수사당국은 피의자의 얼굴, 성명, 나이 등을 밝힐 수 있다. 성폭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25조에 근거한다.
이중 논란이 되는 ‘중대 범죄 여부’에 관해 이창한 동국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여성ㆍ미성년자ㆍ어르신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사회적 해악이 크다고 봐야 한다”며 “특히 여성의 성적 주체성이라는 아주 민감한 부분을 침해했다는 면에서 죄질이 굉장히 나쁘기 때문에 요건이 충족된다”고 주장했다. 통상 분류되는 살인 혐의가 아니더라도 미성년자를 비롯해 피해자 74명을 성노예로 전락시켰다는 점에서 중대 범죄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성폭력 특례법이 마련됐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성폭력 피의자 신상 공개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뤄진 셈”이라고도 했다.
공익적 목적에도 부합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n번방 사건은 성 윤리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신종 범죄”라며 “신종 범죄에 대해 혐의를 입증하고 처벌, 예방하는 노력이 톱니바퀴처럼 굴러가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공개 조치는 향후 디지털 성범죄 척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도 “현행법 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에 신상 공개를 해야 유사 범죄에 대한 제지력이 생길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신상 공개 요구가 커지고 있는 조씨의 공범 및 n번방 가입자들에 대한 정보 공개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곽 교수는 “n번방에서 성착취 영상을 본 이들까지 수사를 확대하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찰도 이들에 대한 신상 공개 심의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경찰 고위관계자는 “박사방의 유료회원은 일반 성인물이 아닌 불법 아동 음란물을 봤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라며 “조씨의 휴대폰 등을 통해 확보한 유료회원 수백명의 명단을 토대로 회원들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신지후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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