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형사사건 기소 지연 탓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회계 의혹이 터지면서 주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일반 투자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이 1년째 재판 한 번 열리지 않은 상태로 지연되고 있다. 법원이 삼성바이오 사건의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라 투자자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한결의 김광중 변호사는 지난해 4월 삼성바이오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355명을 대리해 삼성바이오, 삼정회계법인, 안진회계법인, 금융감독원, 대한민국을 상대로 130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두 회계법인은 삼성바이오 외부감사를 맡았던 곳이다.
삼성바이오는 2018년 11월 고의 분식회계로 자회사 가치를 부풀렸다며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당시 삼성바이오 주가는 증선위 결론 전날부터 20% 이상 폭락했고, 한동안 회복되지 않아 투자자들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4월 소장이 접수되고 1년이 흘렀는데도 아직 재판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같은 해 9월 한 차례 재판날짜가 잡혔으나 열리지 못한 채 미뤄졌고, 그 뒤로는 무기한 연기다. 소송에 참여한 한 투자자는 “시간이 좀 걸릴 거라 예상은 했지만 1년간 재판 한 번 안 열린 건 너무하다”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긴 한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소송 지연의 근본적 이유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형사사건의 기소가 늦어지는 데 있다. 사건의 핵심인 분식회계 여부가 수사에서 어떻게 결론 나는지가 민사나 행정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형사사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민사에서 쉽사리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증거 인멸 사건 공판에서 “본안사건(분식회계)은 연내 기소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으나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울산 선거개입 사건에 수사인력이 차출됐고, 올해는 예상치 못한 검찰 인사에 이어 신종 코로나 사태까지 발생해 사정이 많았다”고 수사 지연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 안팎에선 삼성 측 최고경영진이 이미 상당부분 조사를 받았고, 나머지 관련자들 조사도 계속 진행 중이라 상반기에 기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검찰은 올해 들어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최지성 전 미전실 실장(부회장) 등을 부른 데 이어 이달 19일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을 소환했다.
그러나 검찰이 상반기 중 재판에 넘겨도 1심 판결까지 또 수개월이 걸릴게 뻔해 최종적으로 민사재판 1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년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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