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위시한 남아시아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교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0억명에 달하는 인구와 열악한 보건ㆍ의료환경 때문에 해당 지역 국가들이 사실상 체계적인 대응을 포기한 채 서둘러 지역봉쇄와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본의 아니게 고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NDTV 등 인도 현지매체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날부터 31일까지 뉴델리를 비롯한 전국 80여개 지역을 봉쇄했다. 열차와 지하철, 장거리 버스 등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됐고, 국내외 모든 기업체의 사업장도 강제로 문을 닫았다. 생필품 구입 외 주민들의 외출도 전면 금지됐다. 인도 정부가 최근 외국인의 입국을 사실상 금지한 점을 감안하면 국내외 이동 통로가 모두 막힌 셈이다.
파키스탄도 이날부터 15일간 남동부 지역을 봉쇄했다. 이번 조치를 위해 파키스탄 정부는 군대까지 동원했다. 스리랑카는 통행금지령을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날 현재 인도와 파키스탄의 확진자는 각각 390명, 776명으로 집계됐다. 수치 자체가 크진 않지만 열악한 의료시스템과 생활 환경, 각지에 산재한 빈민촌 등을 감안하면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이들 국가의 판단이다.
남아시아 국가들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문을 걸어잠그면서 우리 교민과 기업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인도 등은 이미 외국인이 출국할 경우 비자의 효력을 없애기로 한 터라 현지에 정착한 기업인이나 교민이 귀국을 결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설령 귀국을 원해도 공항으로 갈 수 있을지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게다가 사전 예고조차 없는 사업장 폐쇄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 대기업 주재원 A씨는 “갑작스런 봉쇄 결정으로 오도 가도 못한 채 가족들과 생이별한 교민들이 부지기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태국도 국가 봉쇄를 목전에 두고 있다. 태국 정부는 전날 하루에만 수도 방콕에서 8만여명의 엑소더스(대탈출)가 일어나자 3단계 대비책 논의에 들어갔다. 지역감염을 전제한 3단계 조치가 시행되면 태국 전역이 봉쇄된다. 주태국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필리핀처럼 ‘외국인 72시간 내 출국’ 등의 황당한 조치는 없겠지만 외국인의 입출국이 제한될 수 있어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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