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중에 ‘하치 이야기’를 모르는 분은 없겠죠? 일명 ‘충견 하치코’는 이미 사망해 돌아오지 못하는 반려인을 무려 9년 동안이나 역 앞에서 기다렸습니다. 하치는 반려인이었던 당시 도쿄 제국대학의 교수 ‘우에노 히데사부로(上野 英三郎)’ 씨의 출퇴근길에 거의 매일 함께 했었다고 해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에노 씨는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세상을 뜨고 맙니다. 그러나 하치가 이런 사실을 알 일이 없었죠. 하치는 그저 매일 그랬던 것처럼 역 앞에 나와 우에노 씨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세월이 지나 하치도 우에노 씨를 따라 숨을 거뒀습니다. 현재 아오야마 묘지에는 반려인 우에노 씨의 묘지와 하치의 기념비가 함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에서는 2004년부터 무려 16년 동안 돌아오지 않는 반려인을 기다리는 개의 이야기가 알려져 화제라고 합니다. 영국의 미러(Mirror)를 통해 알려진 가슴 아픈 소식입니다. 대체 이 반려인은 왜 16년 동안 강아지를 보러 오지 않았던 걸까요? 이 강아지를 버리고 도망간 걸까요? 그게 아니면 하치 이야기의 우에노 씨처럼 갑작스러운 비극을 맞이했던 걸까요?
지난 2004년, 이 개의 반려인이었던 막심(Maxim)씨와 림마 (Rimma) 씨 부부는 모스크바 서부의 작은 도시, 체르노골로브카(Chernogolovka)에서 목숨을 잃습니다. 교통사고가 원인이었죠. 이 비극적인 사고 후, 이들의 반려견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가족 중 그 누구도 이 개를 입양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해요. 심지어 가족 중 한 사람은 이 개를 부부의 무덤에 묶어 두고 도망갔다고 합니다. 개는 영문도 모른 채 일주일이 넘도록 이곳에서 옴짝달싹 못했다고 하는데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했던 걸까요?
결국 한 주민의 신고로 동물 보호소 직원들이 이 개를 직접 구조하러 나섰습니다. 직원이 가까스로 녀석을 묶어 두던 줄은 잘라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개는 주민들이나 보호소 직원들이 가까이 오기만 하면 금방이라도 공격할 것처럼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해요. 평소에는 얌전하고 순하기만 한 녀석인데, 자신을 부부의 무덤에서 떨어뜨려 놓으려는 시도만 했다 하면 돌변했다고 합니다. 이 개는 그렇게 해서라도 이곳에 머무르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개는 결국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게 되었어요. 친절한 지역 주민들은 개를 위한 음식을 가져와 이곳에 놓아주었습니다. 반려견을 기르는 주민들은 일부러 이곳을 지나 산책을 하며 개의 외로움을 달래주려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지역 주민 릴리아 안드루센코 (Lilia Andrusenko) 씨는 “이 개는 2004년부터 쭉 이 곳에 있었어요.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코 이곳을 떠나지 않았죠. 그래도 지역 주민들이 이 개를 위해 음식도 제공해 주고, 잘 있는지 매일 확인하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라고 말했습니다.
이 개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2004년부터 쭉 밖에서 살며 이곳을 지켜왔던 녀석이지만 아직도 비교적 건강해 보인다고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녀석의 이름이나 나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해요. 이 녀석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난 반려인 뿐이겠죠. 비록 살아있기는 하지만 반려인을 잃고 나서 이름도 잃고 만 이 녀석, 얼마나 외로울지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언젠가 반려인이 돌아와 자신의 이름을 불러줄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반려인의 무덤 앞을 목석같이 지키고 있는 이 개에게도 부디 새로운 행복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이주희 동그람이 에디터 2j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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