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1941.3.26~)가 근년에 발설한 말들은 과학 근본주의와 공리주의의 극단이 펼칠 수 있는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예견케 한다.
그는 지난 2월 트위터로 “인간 우생학에 대한 이데올로기가 미칠 정치ㆍ윤리적 문제들은 개탄할 만하지만, 그것의 실현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며 “소나 말, 돼지, 개, 장미는 되는데 도대체 왜 인간은 안 된다는 말인가”라며, 인간 우생학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썼다. 그는 물론 순수히 과학적ㆍ기술적인 면을 부각하려고 했다지만, 앞서 그는 2014년 다운증후군 장애아를 임신했다는 예비 부모에게 낙태를 종용하며 “그 아이를 세상에 나오게 하는 것은 비도덕적(immoral)”이라는 댓글을 달아 거센 비난을 산 적이 있다. 당시에도 그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 기초한 도덕철학의 관점에선 임신 초기 낙태 기회를 포기하고 출산을 강행하는 것은 비도덕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옥스퍼드대에서 동물행동학을 전공하고 진화생물학을 연구한 그는 미국 UC버클리대학과 옥스퍼드대 교수를 거쳐 지금은 찰스시모니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석학이자, 진화과학의 가장 맹렬한 전도사다. 76년의 ‘이기적 유전자’ 82년의 ‘확장된 표현형’ 2006년의 ‘만들어진 신’ 등 그의 저서들은 학계와 일반 대중을 불문하고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다양한 과학적 논쟁을 촉발했다.
그는 개체나 종 집단 단위의 진화 가능성을 부정하며 진화 메커니즘을 유전자 단위로 국한해 에드워드 윌슨이나 스티븐 제이 굴드와 격렬하게 대립했고, ‘눈 먼 시계공’ ‘만들어진 신’ 등을 통해 종교를 ‘정신의 바이러스’라며 근본적으로 부정함으로써 수많은 종교 인문학자는 물론이고, 상당수 과학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13년에는 이슬람을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악의 힘”이라고 했고, “노벨상을 탄 이슬람 신자를 다 합해도 케임브리지 트리니티칼리지 한 곳이 배출한 수상자보다 적다”고도 트위터에 적기도 했다. 그는 종교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자들, 이슬람의 여성ᆞ동성애 혐오를 비판하려는 의도였다고 옹색하게 해명했다.
스스로 확신하는 완전무결의 거품 안에 안주하는 인간이 어떻게 퇴행하고 사고 인지능력의 노화와 경화가 한 인간을 어떻게 변질시킬 수 있는지 그를 보면 알 수 있다. 최윤필 선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