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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C “SK이노베이션 증거인멸로 LG화학 피해 명백” 조기패소 판결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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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C “SK이노베이션 증거인멸로 LG화학 피해 명백” 조기패소 판결문 공개

입력
2020.03.22 18:36
수정
2020.03.2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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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과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벌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에 내린 조기패소 예비결정 판결문을 공개했다. ITC는 판결문에서 “SK이노베이션의 문서훼손 행위를 영업비밀탈취 증거를 숨기기 위한 범행의도를 가지고 행해진 것이 명백하다”며 “포렌식 명령을 고의적으로 위반한 것은 법정모독행위로 법적 제재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판결문을 통해 고의적인 증거인멸 및 포렌식 명령 위반과 LG화학에 끼친 피해 등 SK이노베이션의 구체적인 범행사실들을 기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증거인멸 행위’에 아주 민감하고 영향을 받기 쉽다”며 “본 소송은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과 포렌식 명령 위반으로 인한 법정모독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 상황에서 적합한 법적제재는 오직 조기패소 판결 뿐”이라고 명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인멸된 증거는 LG화학이 주장한 영업비밀 침해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고 소송의 모든 쟁점은 해당 증거들을 통해 판단될 수 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이 LG화학의 소송 진행에 피해를 준 것은 물론이고 판사가 공정하고 효율적인 재판을 진행하는 데도 걸림돌이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ITC는 이번 조기패소 결정이 단순히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처벌뿐 아니라 "다른 사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위반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판결문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9일부터 증거 보존 의무가 발생했음에도 소송과 관련된 문서를 삭제하거나 삭제되도록 방관했다. 판결문에는 SK이노베이션에 재직 중인 LG화학 출신 전직 직원 PC 휴지통에 저장돼 있던 엑셀 문서가 증거자료로 추가로 제시됐다. 지난해 4월 12일 작성된 이 엑셀 시트에는 LG, L사, 경쟁사 등의 키워드가 포함된 LG화학 관련 삭제된 파일 980개가 나열됐다.

이 밖에도 SK이노베이션의 LG화학 전직자가 2018년 작성한 내부 이메일에는 '이런 것을 가지고 있으면 안되나?'라는 내용과 함께 LG화학 소유의 양극 및 음극 관련 상세한 배합과 사양에 관한 자료가 첨부됐다.

판결문의 구체적인 증거를 종합하면 SK이노베이션은 수년 전부터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된 문서들을 삭제해온 것으로 파악됐으며, 전체 피해 규모를 산정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3일 예비결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해 ITC는 내달 17일까지 이의신청 검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ITC가 검토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오는 10월 5일까지 미국 관세법 337조 위반 여부와 수입금지 등의 조치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토 신청을 거부하면 관세법 337조 위반 사실은 그대로 인정되고 10월까지는 관련 조치와 공탁금에 대한 최종결정만 내린다. ITC 최종결정 이후 대통령 심의 기간(60일) 동안 SK이노베이션이 공탁금을 내면 수입금지 효력이 일시 중단된다.

다만 ITC의 2010∼2018년 통계에 따르면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경우 모든 사건에서 ITC 예비결정이 최종결정으로 유지됐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된 제품은 10월께부터 수입금지 조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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