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이용자 2억7,000만명의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 움직임에 국내 음원 서비스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서비스 방식을 개편하고 있다. 스포티파이 상륙을 계기로, 10년 넘게 국내 음원시장 1위를 지켜온 ‘멜론’의 흥행 공식을 탈피해 시장 판도를 새로 짜겠다는 계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올해 초 서울 강남구의 한 공유사무실에 ‘스포티파이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한국지사를 설립했다. 스포티파이는 올해 국내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음원 저작권 업체들과 꾸준히 접촉하는 등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티파이는 2008년 스웨덴에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에서 벅스가 처음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1999년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다소 늦은 출발이었지만, 추천 서비스를 앞세운 스포티파이의 파급력은 상당했다. 스웨덴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국가 위주로 시작했던 서비스는 미국 호주 말레이시아 등 전세계 79개국으로 영역을 꾸준히 넓혀갔고, 지난해 4분기 기준 월간 실사용자 수(MAU) 2억7,100만명을 기록했다.
음원 서비스계의 ‘공룡’이 상륙한다는 소식에 국내 업계 후발주자들의 움직임이 더 부산해졌다. 10년 넘게 40%가 넘는 점유율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멜론의 아성을 깰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스포티파이가 가져올 충격을 계기로 그 동안 멜론이 만들어온 ‘판’을 뒤엎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멜론이 구축한 ‘서비스 공식’은 인기차트 위주의 생태계다. ‘톱100’으로 대표되는 인기차트는 보통 재생 횟수가 높은 음원을 순서대로 메인 화면에 보여주는데, 이용자들이 대부분 이 차트에 몰리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팬덤이 튼튼한 아이돌그룹 등 유명 가수의 경우 음원을 낼 때마다 차트 상위권을 장악하며 막대한 음원 수익을 챙길 수 있지만, 비주류 창작자나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가수의 경우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100위 안에 들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음원 사재기’ 현상도 부작용이다. 일단 높은 순위에만 올라가면 된다는 생각에 프로그램으로 음원을 반복 재생해 차트 순위를 조작하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때문에 인기차트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지만, ‘멜론 차트 1위’라는 말이 국내 가요계에서 상당한 무게를 가진 만큼 정작 멜론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에 후발 업체들은 멜론으로 대표되는 기존 플랫폼 방식과 차별화하는 길을 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네이버 ‘바이브’와 SK텔레콤 ‘플로(FLO)’다. 최근 바이브는 음원 수익 정산 방식을 그간 업계에서 통용되던 ‘인기차트 기준(비례배분제)’에서 ‘재생 수 기준(인별 정산)’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하면서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사실상 ‘멜론 공식’을 탈피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차트 순위에 비례해 수익을 나눠주는 기존 방식과 달리 인별 정산은 이용자 재생 횟수를 수익 배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비주류 창작자에게 보다 많은 이익이 돌아간다.
업계 3위 플로도 실시간 음원차트를 폐지하기로 했다. 1시간 단위로 순위를 산정하던 기존 시스템이 음원 사재기 논란을 더욱 부채질한다는 판단에서다. 플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공신력을 높인 새로운 차트 시스템을 만들고, 메인 화면에서는 차트보다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앞세우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포티파이는 현재 국내 음원 플랫폼 시스템에 불만이 있는 이용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며 “그 동안 거의 변하지 않은 음원 업계에 기존 시스템과 달라져야 한다는 위기감과 긴장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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