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케이블 방송국이자 미국 최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인 컴캐스트는 지난 14일 흥미로운 내용을 발표했다. 신규 가입자에 한해 60일 동안 무료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요금 인상 없이 전체 가입자의 인터넷 전송 속도를 높이겠다는 내용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의 주머니 사정 등을 고려해 내놓은 ‘신상품’이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집에서 쉬는 시간도 급증하면서 인터넷이 생명선이 된 상황을 반영했다.
□ 동영상 스트리밍업체(OTT)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당분간 유럽에서 자사 영상물의 해상도를 낮춰 제공하겠다고 최근 앞다퉈 발표했다. 고해상도의 영상물을 제공하면 자사 가입자들은 당장 좋아하겠지만 전체 인터넷 속도를 늦춰 학습이나 업무 등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초고속인터넷이 일상이 된 한국에선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상황이겠지만, 기업들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유튜브는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 등 16개국에선 코로나19 관련 뉴스 코너를 마련해 공신력 있는 뉴스 영상물을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 세계 최정상급 교향악단인 베를린 필은 31일까지 ‘디지털 콘서트 홀’을 무료로 열어두고 있다. 베를린 필이 지난 60년 동안 행한 콘서트와 다큐멘터리 영상들이 담겨 있는 디지털 콘서트 홀은 원래 이용료가 한 달에 14.9유로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는 지난 15일부터 고화질 오페라 공연 영상물을 매일 1편씩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선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다큐멘터리 축제인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지난 17일부터 다큐멘터리 300여편을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주요 공연장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미국에서는 극장 대부분이 폐쇄됐다. 문화를 즐기고 싶어도 즐길 수 없는 현실이 된 것이다. 컴캐스트 등 대형 기업들은 장래 사업을 고려해 여러 시혜성 대책들을 내놓는 건지도 모른다. 베를린 필과 메트는 코로나19로 공연이 전면 취소되자 잠재 관객들의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 고육책으로 온라인을 활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랴, 방역 차원의 ‘방콕’에 점점 지쳐가고 미래가 불확실한 이용자들에게는 고맙기 그지없는 문화복지들이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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