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 경총 회장 “재난소득 대신 법인세 인하” 주장에
李 “이 와중에 또 챙기나, 제발 같이 좀 살자” 비판
“최근 재난소득 지원 방안이 제기되고 있는데 다른 나라에서도 현금 지급 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기업의 경비 지출 완화에 더욱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국민들이 쓸 돈이 없어 ‘병들어 죽기 전에 굶어죽겠다’고 하는 처참한 상황을 이용해서 한몫 챙기겠다는 경총. 제발 같이 좀 삽시다.”(이재명 경기지사)
이재명 경기지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기업 부담 완화 차원에서 법인세 인하 등을 요구한 손경식 경총 회장을 정면 비판했다. 전 국민 재난기본소득 지급 등을 주장해온 이 지사가 코로나19 피해 구제에 있어 기업보다 서민을 앞세워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향후 ‘지원 우선순위’를 둘러싼 논쟁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이 지사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들 죽어가는 이 와중에 또 챙기겠다는 경총’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손 회장이 지난 18일 제기한 기업 우선 지원 요구를 정면 비판했다.
이 지사는 “소비 부족으로 투자할 곳이 없는 이때 1,000조원 넘는 사내유보금을 가진 기업들이 법인세를 깎아주면 그 돈이 과연 쓰일까? 멈춰서는 경제 순환에 도움이 될까?”라고 물음을 던진 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나 미국 등 선진 자본주의 국가까지 감세 아닌 현금 지급을 하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이기적인 주장”이라고 손 회장을 공격했다. 이 지사의 주장은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최근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 부양책으로 정부가 국민에게 직접 현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말한 점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이어 “국가적 위기, 국민의 고통을 이용해 공적자금을 수십조원씩 받아 챙기던 꿀 같은 추억을 잊지 못하는 모양”이라며 “제발 같이 좀 삽시다”라고 강한 톤으로 경영계를 비판했다.
이 지사의 발언은 앞서 손 회장이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주요 경제주체 초청 원탁회의’에 참석해 재난기본소득 지급안을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하면서 “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하, 사회보험료 납부 유예, 고용지원 업종 확대 등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두 사람의 상이한 입장은 한정된 정부 재원을 어디에 먼저 지원해야 하느냐는 논쟁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개인이냐 기업이냐’라는 일도양단식 논쟁보다는 피해 정도의 심각성을 따져 가장 취약한 계층, 업종, 지역, 부문을 선별해 우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굳이 우선 순위를 따지자면 기업보다 더 취약한 개인에게 먼저 지원하는 게 맞지만, 재난기본소득처럼 일괄적 지원책이 아니라 정말 도움이 절실한 취약 계층을 선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피해 기업에는 금융을 통한 지원이 유효한 만큼 굳이 우선 순위를 나눌 필요 없이 취약 부문별 맞춤 지원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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