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손해 15만위안, 정신적 위자료 5만위안 청구
바이러스 발원지 외교 공방이 법적 다툼으로 번져
트럼프 사과도 요구… 미국이 무시하면 도리 없어
중국 변호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물어 미국 정부를 상대로 20만위안(약 3,5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당국이 아닌 개인 차원이긴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이 미국을 겨냥한 첫 소송사례다. 바이러스 발원지를 둘러싼 양국의 외교 공방이 법적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변호사 량쉬광(梁旭光)은 21일 자신이 운영하는 법률사무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전날 우한시 중급인민법원에 △미 연방정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미 국방부 △미 군사체육이사회 등 4곳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며 소장을 공개했다.
소장에 따르면 량 변호사는 1월 23일 우한이 봉쇄된 이후 영업중단으로 입은 매월 5만위안씩 3개월간 15만위안의 물질적 피해와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금 5만위안 등 총 20만위안을 청구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로 부르는 행위를 중단하고 중국에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우한 주재 미국 총영사관이 폐쇄된 점을 감안해 이메일로 소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량 변호사는 지난해 9월 미국에서 독감이 퍼져 이듬해 3월까지 3,600만명이 감염되고 2만2,000명이 숨진 사실을 근거로, “미 연방정부와 CDC가 발병 초기 이 같은 사실을 은폐하고 제대로 통보하지 않아 지난해 10월 우한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 당시 중국 보건 당국이 적절한 방역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국 대표단과 선수들이 우한 화난시장과 인접한 숙소에 묵었다”며 “미 국방부와 군사체육이사회는 바이러스를 우한에 전염시킨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으로 인해 우한 시민들은 생활이 무너지고 병에 걸려 막대한 경제적ㆍ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우한 진인탄 병원 측은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외국인 선수 5명이 발열증세를 보여 치료한 바 있다”면서도 “코로나19가 아닌 말라리아에 걸린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소장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량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기준을 무시하고 ‘중국 바이러스’로 특정 지역을 폄하하고 있다”면서 “중국인의 명예를 명백히 침해한 만큼 마땅히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이 같은 소송이 실제 미국 정부를 구속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중국 민사소송법은 ‘소송인의 권리의무는 법원의 관할권이나 주권면제와는 큰 상관이 없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량 변호사도 “미국은 면제협약에 서명하지 않아 중국 법원의 관할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현실적으로 미국이 주권면제 행위라고 일축하거나 소송에 응하지 않을 경우 달리 도리가 없는 상황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