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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문 대통령 향해 “편안하게 임기 마칠 가능성 낮아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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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문 대통령 향해 “편안하게 임기 마칠 가능성 낮아보여”

입력
2020.03.20 18:50
수정
2020.03.2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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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 출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탈당 관련 내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탈당 관련 내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0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영원한 권력이란 없는 법이다. 글 쓰고 있는 이 순간 재임하고 있는 대통령도 돌아가는 형국을 보니 편안하게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극히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25일 출간 예정인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를 통해서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요청으로 비상대책위 대표를 맡았던 그가 문 대통령에 대해 부정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김 전 대표는 회고록에서 “지금껏 우리나라 대통령 가운데 멀쩡하게 임기를 마치거나 퇴임 후가 편안했던 대통령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던가. 모두가 쫓겨나거나, 총에 맞아 죽거나, 가족과 측근 비리 의혹에 망신을 당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수사기관과 법정에 불려가거나, 감옥에 가거나 (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2016년 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4차 중앙위원회의에서 이날 선출된 김종인(가운데) 비상대책위원장이 물러나는 문재인 대표 등과 손을 맞잡고 참석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6년 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4차 중앙위원회의에서 이날 선출된 김종인(가운데) 비상대책위원장이 물러나는 문재인 대표 등과 손을 맞잡고 참석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자신이 박근혜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후보와 잠시 멀어졌을 때, 문 대통령이 밤 늦게 자택을 찾아온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문 대통령을 “주변이 좀 복잡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김 전 대표에게 “박근혜 후보와 완전히 결별하고 나를 도와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김 전 대표는 이에 대해 “그 말을 듣고 약간의 모욕감마저 느꼈다”며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보다 나아 보이지도 않았다”며 “그 동안 내가 지켜본 바에 의하면 문재인 후보는 주변이 좀 복잡한 사람이었다. 그를 에워싸고 있는 그룹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는 문 대통령과 가까운 386ㆍ운동권 그룹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대표는 “문재인은 뚜렷한 정치적 비전이나 소신이 없어 보이고, 여러모로 나라를 이끌만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사람으로 보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의 제안은 당연히 거절했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2016년 문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대위 대표를 맡아달라 ‘삼고초려’했던 일도 공개했다. 김 전 대표는 “문재인은 수줍은 사람이었다”며 “밤중에 연달아 세 번이나 찾아왔는데 혼자 오는 법이 없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매번 누군가와 함께 김 전 대표를 찾았는데, 이후 대부분 문재인 정부에서 중책을 맡았다고 그는 전했다. 김 전 대표는 “배석자가 주로 얘기하고 문재인은 거의 말을 하지 않다가 ‘도와주십시오’라는 말만 거듭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박근혜는 경제민주화를 배반했지만 나는 경제민주화를 꼭 이룰 테니 도와달라”고 했다고 한다. 김 전 대표가 “정치인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그저 묵묵히 들으면서 “약속을 꼭 지키겠다”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김 전 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자신을 비례대표 2번에 ‘셀프 공천’해 논란이 됐다. 그는 비례대표를 제안했던 사람이 문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면서 “모멸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그는 “밤늦게 우리 집까지 찾아와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해달라’ 부탁했던 사람, 선거 승리만을 위해 민주당에 가지는 않겠다고 하니까 ‘비례대표를 하시면서 당을 계속 맡아달라’고 얘기했던 사람이 그런 일이 발생하자 전후 사정을 설명하지 않고 나 몰라라 입을 닫은 채 은근히 그 사태를 즐기는 태도를 취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총선이 끝나고 민주당은 이른바 친문(親文) 세력이 당권을 장악하고 급격히 그런 방향으로 분위기가 쏠렸다”며 “나에게 셀프 공천 모욕이라니, 물에 빠진 사람 살려줬더니 보따리 내놓는 정도가 아니라 숫제 파렴치범 취급하는 모양 아닌가”라고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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