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만 기부하나요? 이어지는 마스크 나눔 물결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에게 마스크를 양보하겠습니다.”
20일 오전 서울 지하철 시청역 5번 출구 주변. 자원봉사자들이 ‘착한 마스크’라고 쓰여진 어깨띠를 두른 채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 앞에 놓인 ‘마스크 기부상자’가 차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렵다는 귀한 마스크를 시민들이 선뜻 내놓은 것이다. 내가 쓸 마스크를 꼭 필요한 사람이 써주길 바라며 기부하는 '마스크 나눔'이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 13일부터 매주 월ㆍ수ㆍ금 시내 주요 지하철역 100여곳에서 착한 마스크 캠페인을 벌이는 중이다. 보건용 마스크를 기부받는 대신, 면 마스크와 휴대용 손소독제로 이뤄진 ‘착한 마스크 세트’를 되돌려준다. 이렇게 모은 보건용 마스크는 의료진, 요양병원 종사자, 노인ㆍ어린이ㆍ임신부ㆍ만성질환자 등 건강취약계층과 많은 사람을 접촉하는 대중교통 운전기사, 택배기사 등 꼭 필요한 곳에 전달된다. 시는 97억원을 들여 착한 마스크 세트 320만개를 마련했다.
마스크 기부 물결은 지난 1일 프로레슬러 김남훈씨의 제안으로 처음 시작됐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나는_OK #당신_먼저’, ‘#착한마스크’ 등의 해시태그가 퍼져나가면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끌어내고 있다.
이날 구로구에 따르면 지난 18일 구로구보건소에는 의문의 택배가 하나 도착했다. 신도림동 주민이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우는 보건소 직원들에게 건강 관리를 위해 미리 사뒀던 마스크를 전한다”면서 보내온 마스크 420개였다. 한 사람의 선행이 또 다른 나눔을 낳기도 했다. 부산에 사는 주부라고 소개한 익명의 기부자는 성동구 행당2동주민센터에 마스크 100장을 보내왔다. 지난 4일 행당4동에 사는 기초수급자이자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선우모(60)씨가 쌈짓돈 200만원을 기부한 사연을 보고 감동 받아 보내온 것이었다. 기부자는 “이 소식을 접하고 제 자신이 참 부끄럽고 초라했다”며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그 모습을 보며 저도 너무 감사하고 고마워 마스크 100장을 보낸다”고 썼다.
연말에나 등장하는 ‘구세군 자선냄비’가 다시 등장하며 마스크 기부 운동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구세군은 13일부터 일주일간 광화문광장과 제2롯데월드 아레나광장에 설치한 자선냄비를 통해 마스크 1,554개를 기부 받았다. 구세군 관계자는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던 시민이 멈춰서 마스크를 기부하거나 직원이 나오기도 전인 이른 아침 누군가 마스크 10장이 든 검은 봉지를 두고 가기도 했다”며 “앞으로 마스크 기부는 자선냄비 홈페이지와 SNS 등 온라인으로도 계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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