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달러화 시장 긴장 완화로 국내외에 미칠 영향 줄이기 위해”
전문가들은 “안정적 금융 네트워크 유지가 美에 유리 판단” 분석
이주열, 파월과의 핫라인 물꼬… 홍남기는 므누신에 편지 지원사격
19일 6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가 전격 체결된 것은 한미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한국 등 세계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미국 입장에선 각국의 자금압박이 전면적인 위기로 치닫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필요가 있었다.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역으로 미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했다는 뜻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19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9개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사실을 밝히며 “세계 달러화 시장의 긴장을 완화시켜 국내외 가계와 기업의 신용공급에 미칠 영향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한국, 멕시코 등 9개국뿐만 아니라, 미국 국민과 기업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였다는 뜻이다.
실제 코로나19 사태로 안전자산으로서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치솟는 현 상황은 미국 입장에서도 달갑지만은 않다. 수많은 정부와 기업들이 갚아야 할 달러화 부채를 갖고 있는데, 달러 가격 급등은 세계 곳곳에 강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강력한 통화ㆍ재정정책을 펼치는 미국 입장에서 달러 유동성 위기가 완화돼야 약발이 제대로 먹힐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브래드 세서 미국외교협회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세계경제 어디도 바이러스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달러화 시장이 붕괴되면 세계경제 어느 부분도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 역시 “금융 네트워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미국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그렇다고 달러 유동성을 아무 국가에나 제공해줄 수는 없으니 한국과 같이 관계가 우호적인 국가들이 선택됐다”고 설명했다.
통화스와프 체결 과정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인맥’도 십분 활용됐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이 총재는 지난달 20~22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제로 파월 미 연준 의장과 양자회담을 갖고 통화스와프 체결의 물꼬를 텄다. 이 총재는 이날 “(파월 의장은) 국제결제은행(BIS) 활동할 때 같은 이사회 멤버였기 때문에 수시로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라인이 형성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원사격을 펼쳤다. 홍 부총리는 이주 초 직접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에게 자필편지를 썼다. 이 편지에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선 국제공조가 중요한데 그 중 하나가 금융시장 안정이다. 금융시장을 안정화하려면 선진국 외 국가와의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 부총리는 2008년 10월 첫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당시 워싱턴 주미 대사관 재경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기도 하다.
한편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계기로 2015년 중단된 한일 통화스와프를 부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도 상당히 의미가 있다”면서 “외환시장 안전판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주요국과의 협력을 높이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열린 외신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도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를 염두에 두는가’라는 질문에 “통화스와프를 추가로 하려는 노력 있어야 하지만, 상대방 국가가 있기 때문에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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