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휴직, 부대시설 운영 중단, 드라이브 스루 음식 판매 등에도고정 지출 많은 탓 20여 곳 휴업… 정부 稅감면 기약 없어 한숨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호텔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객실 10개 중 9개가 비어 있는 상황이 기약 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두 달여 뒤면 기존 매출의 10%에 가까운 세금 고지서가 날아올 판이다. 정부의 세금 감면 조치 역시 기약조차 없는 모양새다.
20일 한국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서울시내 460개(지난해 말 기준) 호텔 가운데 20여곳 이상이 문을 닫고 휴업에 들어갔다. 5성급인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호텔도 23일부터 한 달 간 문을 닫는다. 그나마 영업 중인 호텔 역시 전체 객실의 약 90%가 비어 있다. 코로나19로 각국이 여행을 제한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뚝 끊긴 데다, 내국인 수요마저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대규모 토지와 건물, 많은 인력이 필요한 호텔의 경우엔 고정 비용 비중이 높다. 인건비가 매출의 30% 이상이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까지 포함하면 고정비가 50~60%에 이른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호텔 매출은 객실과 부대시설에서 6대 4 정도 비율로 발생한다. 객실이 비면 식당이나 행사장이라도 돼야 하는데, 만남이나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다 보니 말 그대로 울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는 부대시설 매출까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 지금은 바닥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롯데호텔은 방문 앞에 ‘방역안심객실’을 표시해 고객들에게 안전 메시지를 전달하고, 일부 식당에서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음식을 판매하는 등 아이디어를 내며 고객몰이에 애쓰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긴 어렵다.
급기야 일부 호텔에선 부대시설을 닫았다. 서울 중구 롯데호텔의 유명 식당 ‘피에르 바’는 이달 말까지 휴무다. 밀레니엄 힐튼도 ‘겐지’, ‘타이판’, ‘일폰테’ 등 레스토랑 운영을 쉬고 있다. 인건비도 줄이기 시작했다. 호텔신라는 이달 초 희망 직원들에게 무급휴가 사용을 권고했다. 롯데호텔도 무급휴직 신청을 받고 있고, 내달부터는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하는 유급휴직도 실시할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호텔업계에선 재산세나 종부세라도 감면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지난달 행정안전부가 숙박 업종에 대한 세금 감면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업계는 구체적인 시행 계획은 아직 소식이 없다고 답답해 한다. 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서울 중구 한 5성급 호텔의 재산제·종부세 비중은 매출의 9.0%(지난해 기준)로, 약 200억원에 달한다. 송파구의 한 5성급 호텔은 10.3%, 마포구의 한 3성급 호텔은 6.2%다. 설사 여름 전에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더라도 이용객이 곧바로 예전 수준으로 회복할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의 해외 확산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심리적인 두려움도 팽배한 상황이어서 이른 시일 내에 관광객이 돌아올 것을 장담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정오섭 호텔업협회 사무국장은 “호텔들이 수억~수십억 원에 이르는 세금을 낼 여력이 없다”며 “중소기업과 대기업 구분 없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현재 호텔업에 대한 세금 감면 기준이 없어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6월 1일 이전까지 감면 폭과 액수를 산출해 지자체에 알릴 예정”이라며 “업계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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