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부서 여성청소년수사팀 2005년 사망사실 확인…유골도 찾아줘

“형사님, 치매 걸린 우리 어머니를 좀 찾아주세요. 죽기 전에 어머니 제사라도 지내고 싶습니다.”
지난달 11일 대구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이상경(39ㆍ경장) 형사에게 몸이 불편한 60대 남성이 찾아와 울먹였다. 치매를 앓던 어머니가 20년 전인 2000년 9월에 홀연히 사라진 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남성은 “유골이라도 좋으니 죽기 전에 어머니를 안아보고 죽는 것이 소원이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라곤 어머니 이름과 출생연도, 왼쪽 중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 화상을 입었다는 것 뿐이었다. 살아있다 해도 아흔이 넘는다. 이 형사는 “왜 이제야 찾냐”고 묻고 싶었지만 불편한 몸으로 턱을 떨면서 애걸하는 남성을 닥달할 수는 없었다.
즉시 수사팀을 꾸렸다. 주민등록번호를 조회했지만 의료보험이나 행정망에는 흔적이 없었다. 노숙인 단체와 요양병원도 뒤졌다.
노숙인이 마지막으로 찾는 대구시 사회서비스원에서 실마리를 잡았다. 실종된 날부터 5년 치 자료를 뒤지던 중 얼굴이 비슷한 노인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1999년 발급한 주민등록증 사진과 동일했다.
어머니는 2002년 9월 대명파출소를 거쳐 당시 대구시희망원에서 생활하다 2005년 한 노인병원에서 숨진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사건은 종료됐지만 아들에게 전화 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유골이라도 찾아줍시다.” 이배호 (52ㆍ경위) 팀장이 결단을 내렸다. 대구시 사회서비스원에 연락해 무연고자들의 화장터를 찾았다. 3일 만인 이달 16일 대구의 한 시립장례시설에서 화장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장례시설 무연고 유골함 한쪽 귀퉁이에 이름 대신 번호가 눈에 들어왔다. 무연고자의 유골은 15년간 보관 후 합장을 하는 것은 관례다. 조금만 늦었다면 유골조차 찾지 못했을 뻔한 상황이었다.
형사들은 그날 저녁 노인에게 연락해 유골이 있는 위치를 알려주고 그간 상황을 알려줬다. 전화기 너머로 60대 남성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죽기 전 어머니를 안을 수 있게 해 줘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는 편하게 어머니 곁으로 가서 못다 한 효도를 하겠습니다.”
곽동주(32ㆍ경장) 형사는 “실종팀을 찾는 이들 대부분이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오는 만큼 사소한 것 하나까지 놓칠 수 없다”며 “몸이 불편한 60대 아들의 마지막 소원을 풀어준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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