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조달러 규모 부양책 공개... 안팎 반발 ‘험로’
민주당은 도덕적 해이 방지 및 근로자 보호 대책 요구
국무부, 전 세계 대상 ‘여행 금지’ 권고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1조달러(1,280조원) 규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 예산안의 얼개가 공개됐다. 미 공화당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심각한 만큼 내주 초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지만 현금 지급 및 기업지원 조건 등을 둘러싸고 이견이 나와 법안 처리에 진통이 예상된다.
예산안을 보면 가장 큰 관심사인 국민 일인당 현금 지급액은 2,000달러를 제시한 재무부 초안에서 1,200달러로 줄었다. 대신 어린이 지급 500달러가 추가됐다. 가족 기준으로 최대 2,400달러(297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단 연간 개인소득이 7만5,000달러를 넘으면 지급액이 감소해 9만9,000달러 이상 고소득자는 아예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본 항공업계에 대출 및 대출 보증 형태로 580억달러, 호텔과 크루즈 산업 등에 1,500억달러, 중소기업에 3,000억 달러를 각각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18일 의회를 통과한 긴급 예산안(1,000억달러)이 유급 병가, 코로나19 무료 검사 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법안은 당정 주도로 철저히 경기 부양에 집중됐다.
다만 현금 지급을 두고 여당 내에서도 잡음이 불거지는 분위기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부터 “현금 지급보다 실업수당 확대가 필요하다”며 공개적인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공화당 소속 리처드 셀비 상원세출위원장은 “현금은 매일 일하는 사람들이 아닌 실직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기업 지원 대책의 형평성을 문제 삼고 있다. 대기업을 지원하되, 자사주 매입이나 임원 보너스, 또 근로자 해고를 금지하는 단서를 달 것을 요구했다. 국민 혈세의 혜택이 자칫 경영진에 돌아갈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자는 것이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투자은행 등에 대규모 구제금융을 제공했으나 업체 실적이 개선된 후 경영진이 거액의 보너스를 받아 ‘도덕적 해이’ 논란이 크게 일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민주당 지지를 얻으려면 근로자를 우선시하는 강력한 보호대책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빠른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여론의 압력이 높다. CNN방송은 이날 오후 기준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1만3,133명이라고 집계했다. 전날보다 무려 4,600여명이 증가한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이날 주 전역으로 외출 금지령을 확대해 주민 4,000만여명이 영향권에 들게 됐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앞으로 8주간 주 인구의 56%, 2,550만명이 감염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민의 해외 여행에도 제동을 걸었다. 국무부는 전 세계에 대한 여행 경보를 최상급인 ‘여행금지’로 격상해 해외로 나가지 말고 외국에 체류 중인 국민도 즉각 복귀하라고 권고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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