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인 20대 환자 1명이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 증상으로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신종 바이러스 침투 시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반응해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는 현상으로, 젊은 층에서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폐렴 증세로 영남대병원에 입원했다가 숨진 17세 고교생도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일부에서 거론된바 있어 젊은층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김신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경북대병원에 입원 치료중인 26세 남성 환자 1명이 갑작스럽게 사이토카인 폭풍에 노출된 상황이 있어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자는 인공심폐장치인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대병원 등에 따르면 이 환자는 지난 3일 신종코로나 확진 판정과 함께 병원에 입원했다. 당시 엑스레이상으로도 양쪽 폐가 하얗게 나타날 정도로 폐렴증상이 심했다. 인공호흡기 기관삽관술에 이어 최근엔 기관지절개술을 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했다. 입원 후 검사에선 당사자는 모르고 있던 기저질환이 발견됐다.
병원 관계자는 “전체적인 바이러스 수치는 떨어졌지만 위중한 상태”라고 말했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노인의 경우 면역세포가 노화해 바이러스에 취약한 반면, 젊고 건강한 사람은 사이토카인이란 면역물질이 ‘폭풍’처럼 과도하게 분비돼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현상을 말한다.
앞서 10일 밤 감기몸살 증상을 보이다 8일만에 숨진 17세 고교생도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이토카인 폭풍이 원인일 것이란 의견이 있다. 5년 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35번 환자가 갑자기 증상이 악화해 에크모 장치와 인공호흡기 탈·부착을 반복하며 5개월간 투병하다 퇴원한 적도 있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신종코로나나 메르스, 사스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는 물론 계절성 독감이나 일반 세균성폐렴, 심지어 암에 걸렸을 때도 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북대병원 김용림(신장내과교수ㆍ진료처장) 코로나19 대응본부장은 “신종 코로나는 젊은층은 잘 걸리지 않고 걸려도 증상이 가벼운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경우에 따라선 고령층보다 급속하게 증상이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건강을 지나치게 자신하다 치료 적기를 놓쳐 위중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만큼 감기몸살 같은 가벼운 증상이라도 의심되면 즉시 가까운 선별진료소나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대구=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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