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으로 비대면 심리상담 “24시간 마음껏 이야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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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으로 비대면 심리상담 “24시간 마음껏 이야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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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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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기업 휴마트컴퍼니 김동현 대표 인터뷰

2월 20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 위치한 휴마트컴퍼니 사무실에서 김동현 대표가 모바일 심리상담 서비스 ‘트로스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갈수록 세상은 편리해지는데 불행한 사람들은 왜 줄어들지 않을까요?”

4년 전 모바일 심리상담 서비스 ‘트로스트’를 개발한 김동현 휴마트컴퍼니 대표의 창업은 스스로 품게 된 의문에서 시작됐다.

그 스스로도 불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20대 대학생 때 김 대표는 사람들, 심지어 부모님과의 관계마저 편하지 않았고 남들의 시선에 갇힌 듯한 강박에 괴로워하던 청년이었다. 친구들과 술 마시며 힘든 점을 털어놓기도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바꿔보려 노력했지만 마음이 계속 아팠다.

‘나는 왜 불행할까’라는 고민을 품고 그가 찾아간 곳은 대학교 안에 있던 심리상담센터였다. 1년 가까이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놀라울 만큼 위로를 받았고 마음이 치유됐다. 심리상담의 효과를 직접 경험한 만큼 주변에 적극 권유했지만 사람들은 손사래를 쳤다. 정신과나 심리상담센터의 문턱이 그들에게는 높았다. ‘남들이 알게 되면 어쩌지’ ‘기록이 남아 문제되지 않을까’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나약한 얘기를 어떻게 해’ ‘가격도 부담이야’ 등 이유는 다양했다.

“우리나라 20~40대 성인 중 우울, 불안, 대인관계 문제, 직장 스트레스 등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연간 620만명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사를 찾아가는 비중은 15%밖에 되지 않아요. 결국 방치하게 되고 이로 인해 평균적으로 방황하게 되는 기간이 20개월이에요.”

그의 선택은 사람들이 꺼리는 요소를 없앤 심리상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면 대 면으로 상담을 받을 필요가 없고 합리적인 가격에 100% 익명 기반의 트로스트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독일어로 ‘위안’이란 뜻의 트로스트는 스마트폰 응용 소프트웨어(앱)로 구동한다.

“줄곧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더 잘 위안 받았으면 했죠. 의료수가를 맞춰야 하는 정신과 치료는 약물치료에 중점을 둬 상담치료를 간단하게 할 수밖에 없다는 점과 차별화를 두면서도 기존 심리상담센터의 오프라인 운영체제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싶었습니다.”

트로스트 상담 화면 예시. 휴마트컴퍼니 제공

트로스트 앱은 익명으로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다. 가입 후 고민 키워드와 고민했던 기간을 선택하면 상담사 추천 명단이 표시된다. 비대면 심리 상담이 원칙이기 때문에 상담사를 정하면 문자채팅 또는 전화 중 원하는 방식을 고르면 된다. 1회 상담은 50분씩 이뤄지고 비용은 회당 1만~5만원이다. 보통 50분당 10만원씩 10회 진행하는 기존 상담센터보다 저렴하다. 현재 트로스트에 연결돼 있는 심리상담가는 80여명으로 모두 심리학 석사 이상, 한국상담심리학회 또는 한국상담학회 자격증 보유자들이다.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접근성이 높아서 새벽에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해외에 있는 유학생들이나 교포도 꽤 많이 이용 중이죠. 또 오프라인 심리상담의 경우 보통 전문가를 일방적으로 배정받는 구조예요. 내가 원하는 상담사를 사전에 고르기 어려운 정보 비대칭의 문제가 있죠. 트로스트는 상담사 정보를 공개하고 선택권을 줍니다.”

트로스트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 건, 김 대표의 말을 빌리면 “기술에 대한 집착”이다. 단순히 이용자와 상담사를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투입한다. 사람들이 글로 하고 싶은 말들을 털어놓을 때 AI가 이야기 속에서 의미 있는 경험, 변화의 실마리 등 비언어적 단서를 찾아낸다. 문맥을 분석해 분노, 좌절, 공포, 연민 등 8개 감정의 강도를 파악하는 기술도 적용돼 있다.

“최근에는 ‘위기수준 스크리닝’이란 솔루션을 개발 중입니다. 글을 분석해 이 사람의 자살 위험도가 얼마나 높은지, 스트레스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파악하는 모델입니다. AI가 자존감의 문제인지, 트라우마 문제인지 등을 구분하는 모델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신뢰도와 상담 효과를 높이기 위해 상담사 같은 AI를 만드는 거죠. 저희가 기술에 집착하는 이유도 더 정확한 진단을 제공하고 싶어서입니다.”

트로스트 주요 특징. 휴마트컴퍼니 제공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김 대표도 함께 위안을 받고 있다. “생명의 은인이다” “처음으로 내 편이 생겼다” “연예인이라 병원에 못 갔는데 너무 고맙다” 등 이메일로 감사 인사를 받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그는 트로스트가 ‘특수한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겉으로 멀쩡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마음까지 아무렇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저마다 고민과 문제, 아픔과 상처가 있는데 다만 털어놓을 대상이 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걸 시간이 갈수록 체감하고 있다.

“어떤 분은 변호사인데 불쑥불쑥 아이 같은 행동을 하시곤 해서 상담을 받으셨어요. 어렸을 때 부모와의 관계가 트라우마로 남은 경우였죠. 그런데 평생을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참아오셨던 거예요. 사람들은 다 쓸모 있고 사랑 받고 싶은데 점점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어요. 트로스트는 그런 마음을 치유하는 ‘약’이 되었으면 합니다.”

트로스트가 잘 될수록 아픈 사람이 많다는 뜻이라 트로스트가 필요 없는 사회가 좋을 수도 있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심리상담을 스스로 “영혼을 성장시키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치유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꾸준히 사회 구성원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주는 일이라고 믿는다.

“한 번은 ‘취업했다’는 감사 메일을 받은 적이 있어요. 이 분은 무려 1년 반 동안 집밖에 나가지 않을 정도로 심리적으로 힘들어하신 분이었는데 6개월 상담 받고 외출을 하고 결국 취업도 한 거죠. 심리상담의 사회적 기여도를 잘 알 수 있는 사례입니다.”

그는 앞으로 심리상담을 받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심리상담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분명 삶의 효율을 높여주는 수단이라는 걸 한번 경험한 사람은 알게 된다고 자신한다. 김 대표의 꿈도 조금 더 고통을 잘 털어놓고 잘 극복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한 번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은 다시 우울해지고 싶지 않으니까 계속 상담을 받곤 해요. 상담을 통해 마음의 근육을 훈련하는 거죠. 아픔을 잘 이겨낸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가치를 키워나가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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