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 경험 전무, 뮤지컬 배우 출신 ‘신원호·이우정 사단’의 신데렐라. 베일에 싸였던 전미도가 오직 연기력만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14년차 뮤지컬 배우 전미도의 필모그래피는 참으로 독특하다. 뮤지컬계에서는 그야말로 ‘여우주연상을 밥 먹듯이 받은’ 실력파 중 실력파 여제이지만, 매체 연기의 필모그래피는 단출하기 그지없다. 영화의 경우 2014년 작인 ‘메피스토’와 지난 해 개봉한 ‘변신’을 통해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만, 드라마는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데뷔 이후 첫 안방극장 출연작이다.
그 동안 ‘신원호·이우정 사단’이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새 얼굴들을 발굴하는 데 주력해 온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 역시 대부분 안방극장 경험이 있는 배우들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미도의 출연이 누구보다 주목받은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의 캐스팅에 대한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첫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 당시 신원호 감독은 전미도의 캐스팅 이유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캐스팅이었는데 어느 날 조정석 씨가 전미도 씨를 추천했다. 지인인 줄 알았는데 두 사람이 일면식도 없다더라. 또 다음 날에는 유연석 씨가 공연을 관람한 뒤 전미도 씨를 추천했다”며 “무엇보다 대본 리딩 후 제작진이 그린 송화라는 인물을 전미도 씨가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고 밝혔던 바 있다.
과연 어느 정도의 실력파 배우이길래 조정석과 유연석이 연이어 출연을 추천했을지, 캐스팅 단계부터 범상치 않았던 전미도는 첫 방송 만에 스스로 자신의 진가를 입증하기 시작했다.
첫 방송 당시 의대 동기들과 결성한 밴드에서 보컬 욕심을 드러냈지만 음치에 박치라는 반전 연기를 능청스럽게 소화하고, 현재와는 사뭇 다른 대학 시절 채송화의 모습까지도 완벽하게 그려내는 데 성공한 전미도는 ‘보석 같은 배우의 발견’이라는 호평과 함께 작품의 문을 열었다.
이어 지난 19일 방송된 2회 방송에서는 전반적인 에피소드가 그를 중심으로 흘러간 가운데,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의 뒷받침 속 빈틈없는 연기력으로 한 회를 탄탄하게 이끌어 나가는 저력을 과시했다. ‘에이스’ 의사로서의 사명감 어린 모습부터 환자의 수술 집도 여부를 두고 고민하는 현실적인 모습까지 세밀하게 그려내면서도 ‘신원호·이우정 사단’ 특유의 위트 역시 잃지 않은 것이다. ‘유일한 홍일점’이라는 수식어로 한정 짓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배우의 발견이다.
놀랍게도 전미도의 거침없는 행보는 이제 갓 시작됐다. 그가 보여 줄 이야기는 앞으로 무궁무진하다. 그가 함께 완성해 나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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