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이후, 아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가 국면한 최대 난국이다.”
신년사 외에 연설을 하지 않기로 유명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8일(현지시간) TV 앞에 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럽 내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국민 앞에 상황의 심각성을 환기시키며 국민적 단합을 촉구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심각한 상황”이라며 “최근 공공시설 및 일반 상점 운영 금지 등 전례 없는 제한 조치를 취한 데 대해 시민들이 준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간 메르켈 총리는 독일 내 바이러스 발생 이후 첫 주 동안 공개적으로 개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부적 비판에 직면해 있었다. 지난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팬데믹(pandemicㆍ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기 몇 시간 전에서야 처음으로 기자 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지난주부터는 매일같이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나 이번 연설은 메르켈 특유의 감성적 호소로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는 평이 나온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메르켈이 집에 앉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국민들에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영상통화를 하거나 편지를 쓰도록 독려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현지 온라인매체 베를린스펙테이터도 “메르켈 총리가 ‘이 재난을 이겨내는 건 우리에게 있다’고 말하며 국민에게 감정적으로 다가갔다”고 평가했다.
독일 내부의 자부심을 이끌어내며 감동을 불렀다는 얘기도 나온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은 최상의 보건 체계를 갖고 있고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국가 중 하나”라면서도 “너무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이 입원하면 병원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동의 자유를 제한한 데 대해선 “제한 조치는 민주주의에서 가볍게 받아들여선 안 되고 단지 일시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총리 자신이 이동의 자유가 제약됐던 옛 동독 출신인 점을 바탕에 깔고 국민에 호소한 셈이다.
한편 독일에서는 지난달 25일부터 확진자가 속출하는 양상이다. 독일의 확진자 수는 19일 기준 1만3,083명으로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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